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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카이로스 3호 우주 항해 일지(2)

아들에게 띄우는 영상 편지

by Josephine










아들에게.


화성의 모래언덕은 주황빛으로 물들어있었지. 지구의 사막보다 더 고운 가루로...

넌 모래 언덕 정상에 서서 나를 보며 웃었어. 나에게 이내 손을 흔들더니, 썰매에 몸을 맡기며 부드러운 곡선의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려갔어.


언덕 밑에서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너의 얼굴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때 네 얼굴을 사진 찍듯이 마음에 담아 두었단다.

곧 너를 따라 그 미세한 모래 언덕을 파도를 타듯 슬라이딩을 했어.


너와 함께 한 그날의 하늘은 먼지가 잔뜩 낀 부스스한 붉은빛이었지. 그곳에서 태양을 보자면 지구에서 본 것보단 훨씬 작고 흐릿했어.


미세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너의 머릿결이 조금씩 바람결에 흩날렸지. 너는 곧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고선 다시 모래 언덕을 올라갔어.

언덕 밑에 있던 나에게 손짓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너를 못 본 지도 이제 300일이 훌쩍 넘었구나.


세레스 소행성으로 출발하기 전 넌 내게 말했지.

"아빠, 이번 탐사가 끝나면 저랑 단 둘이서 우주여행 가요!"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널 보며 웃었어.


곧바로 화성 기지로 향했어.

카이로스 3호의 선체는 여전히 빛났어. 거대한 해치를 열며 천천히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는데, 얼마 전에 행성 탐사를 끝낸 직후라 그런지 내부는 마치 고요히 잠을 자는 듯했어. 곧장 계기판의 스위치를 켜며 생명을 불어넣었지. 엔진이 서서히 올라가는 게 느껴졌어.

'그래, 시작해 보자고!'


우주선은 조금씩 거대한 폭팔음을 내며 뒤쪽에서 짙은 수소 플룸이 번쩍이며 뿜어져 나왔지. 핵열 추진기로 화성 궤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단 몇 분간의 강력한 연소를 수행했어. 우주선은 거대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내 몸도 함께 떨렸어. 내 심장도 마구 뛰었지. 이내 우주선은 화성의 대기를 가르며 비행하기 시작했어.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대기 저항은 사라지고 진정한 우주를 향해했어. 어느새 화성의 모래언덕은 미비하게 느껴지고, 대지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어. 화성의 붉은 원은 점점 작아졌어. 우주선은 세레스 소행성 궤적에 맞춰 방향을 조금씩 조정을 하기 시작했지.


드디어 카이로스3호는 미지의 행성으로 나를 이끌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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