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4일차

역사 · 인연 · 돌아오는 마음

by 한지민

마지막 날에 우리가 방문한 곳은 중정기념관이었다.
장제스 기념관으로 알려진 이곳은, 이름부터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이곳이 유독 좋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장제스뿐 아니라 그의 아내 송미령 여사의 역할과 역사도 함께 들을 수 있었고, 이 거대한 기념관이 어떤 의미로 세워졌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한국의 역사와 자연스럽게 비교해 보게 되는 장소였다.

그때 원희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박정희 대통령이랑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아.”

아이의 입에서 이런 비교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이곳은 무조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보다는,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역사, 그리고 대만과 중국의 복잡한 역사 흐름을 아이들이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기념관 앞에서는 군인들의 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중정기념관


총을 이용해 칼각을 맞추며 진행되는 약 10분간의 교대식은 아이들 눈에 특히 신선해 보였다. 공연이 아닌데도 공연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 앞에서 가족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원구였다.
이곳은 과거 일본이 사용하던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문화예술 공간이었다. 대만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만큼이나, 이 공간에는 일본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사실 내가 대만에서 기념품을 많이 사 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과자류를 제외하면, 상품 전반에 일본 색채가 너무 강해 ‘대만다운 것’이라는 느낌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장과 양조장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점은 인상 깊었지만, 수제 기념품들의 가격이 높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공간 자체를 구경하며 충분히 즐겼다.

화산1914

마지막 식사는 우육면이었다.
대만을 대표하는 전통 소고기면으로, 원희는 무려 두 그릇이나 먹었다.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소고기 육수의 냄새가 강하지 않았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독특하지만 거부감 없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쉬웠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조금씩 들었다.

이번 여행에는 우리 가족을 포함해 총 17명의 일행이 함께했다.
모델 아들과 함께 온 두 가족, 할머니를 모시고 온 세 가족, ‘오공주’라고 불리던 아주머니들의 모임에서 딸까지 데려온 여섯 명의 일행, 그리고 말은 많지 않았지만 조용히 술을 함께 마시던 두 남자의 그룹까지.
서로 깊이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함께 나눈 인연이었다.

가이드님도 참 인상 깊었다.
아이들은 가이드님이 조정식 선생님을 닮았다고 했다. 센스 있게 일정을 조정해 주었고, 우리가 힘들어할 것 같을 때는 미리 설명하고 배려해 주었다. 무엇보다 역사 설명이 자세하고 흥미로워 여행 내내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

원희는 파파고를 찾아 대만어로 기사님께 “쉐쉐”라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특히 “정말 고맙다”는 표현을 대만어로 했을 때, 기사님은 감동한 듯 원희에게 다가와 주먹박수를 건넸다. 그 장면에서 원희의 친화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우리 귀요미를 담당했던 찬희도, 이번 여행에서 존재만으로 분위기를 밝히는 아이였다.

돌아오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아이들이 더 커서 이렇게 함께 여행을 오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아쉬움.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그리고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 여행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 가족 역사의 한 장이 된 것 같아 더욱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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