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류 · 스펀 · 지우펀 · 비 속의 소원
셋째 날 아침 조식은 남편과 둘이 먹었다.
가이드님이 아침을 늦게 먹으면 안 된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다. 이날 일정은 점심부터 시작되는 빡빡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서둘러 조식을 먹었고, 아이들은 휴식을 취하며 남편과 둘만의 조용한 아침 시간을 가졌다.
첫 일정은 점심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BBQ 철판 볶음밥 집이었다. 고기와 채소를 직접 고르면 순번에 맞춰 1인당 한 접시씩 철판에서 볶아 주는 방식이었다.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꽤 신기한 식사였다.
아침을 거의 먹지 못했던 찬희는 점심을 특히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이동한 곳은 야류해양국립공원이었다.
수천 년에 걸친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바위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왕관을 쓴 여왕 바위, 계란 바위, 미녀 바위 등 자연이 파도와 바람으로 조각해 놓은 형상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네 가족 모두 알록달록한 우비를 사 입었고, 그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비 덕분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풍경이 되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스펀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천등 날리기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다행히 보슬비 정도라 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우비를 입은 채 천등을 날리게 되었는데, 원희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엄마,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긴 한데, 지금 이 대만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
우비를 입은 원희와 찬희의 모습은 정말 깜찍했다. 특히 원희는 꼭 해리포터의 망토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천등에 소원을 적는 시간이 왔다.
원희는 “엄마 오래 살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내가 조금 약해 보였던 걸까 싶어 마음이 찡했다.
찬희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나는 “2026년에는 원희, 찬희 학교 적응 잘 하고, 치현과 지민이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네 가족의 소원이 적힌 천등이 하늘로 날아갈 때, 마음이 함께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후련했고, 참 좋았다.
가이드님이 간식으로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셨지만, 비가 오는 날씨와 원희가 닭날개에 대해 갖고 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그조차도 지금은 이 날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스펀의 기차 마을에서는 운치 있는 사진도 찍었다. 비 오는 대만의 풍경은 따뜻하고 정감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지우펀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지옥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평일이라 그나마 걸어 다닐 수는 있었다. 그래도 인파는 정말 많았다. 파도처럼 밀려간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였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방문해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진 장소로, 실제로 만화영화 속 배경처럼 보였다. 주황색 등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빛나고, 그 아래를 우리가 걷고 있었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복잡한 골목과 인파를 지나, 우리는 가이드님과 일행들과 함께 우롱차와 펑리수를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 시간이 참 고마웠다.
마지막 저녁은 한식이었다.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이 나왔는데,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라 그런지 속이 풀리는 느낌으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날은 일정이 늦게 끝났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며, 길고도 밀도 높은 셋째 날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