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이 · 서문정 · 용산사 · 밤마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호텔이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다녀온 가족여행 중 가장 좋았던 호텔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방을 두 개 잡아서 침대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침구류가 정말 편안했다. 구름 위에서 자는 것 같은 느낌이 이런 걸까 싶을 만큼 깊이 잘 잤다.
조식도 기대 이상이었다.
음식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 가족 모두가 만족하며 먹을 수 있는 식사였다. 여행 중 호텔 조식이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기억은 흔치 않은데, 이곳은 예외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조식을 마친 뒤 향한 곳은 우라이마을이었다.
타이베이에서 조금 떨어진 온천 마을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원시인을 형상화한 조각상도 있었고, 타이베이 시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산에서 내려오는 폭포수가 정말 아름다웠다. 햇살이 좋아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 우라이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가이드님 말씀대로 이곳에는 오리와 거위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오리 밥 주는 데 완전히 빠져버렸다. 찬희는 특히 신기했는지 거위에게 직접 손을 대며 밥을 주었고,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이후에는 꼬마기차를 타고 내려왔고, 우라이 마을의 옛 거리인 상점가를 둘러보았다. 그곳에서 가이드님이 추천해 준 과일을 먹었는데, 이름은 석과(석가모니)였다.
겉모습은 씨가 너무 커 보여 조금 부담스러웠다. 나는 환공포증이 있어서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니 파인애플보다 달고 망고보다도 더 달콤했다. 껍질에 설탕을 묻혀 놓은 것처럼 달아서, 태어나서 이렇게 단맛이 강한 과일은 처음 먹어본 것 같았다.
우라이 폭포와 운석 낙원까지 둘러본 뒤, 우리는 기념품을 사기 위해 서문정거리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세인트피터 상점에서 과자를 시식해 보았고, 아빠는 친구들에게 줄 누가 크래커와 펑리수 같은 기념품(과자)를 골랐다. 여행의 현실적인 미션을 하나 완료한 기분이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용산사였다.
나는 그동안 국보급 사찰들을 꽤 많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다채로운 절은 처음이었다. 붉은색, 금색이 중심이 된 색감, 내부에 그려진 그림들, 장엄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강하게 남았다. 원희와 아빠는 역사적인 부분에 특히 집중하며 한참을 둘러보았다.
대만 까르프에 가서 친구들 줄 과장(홈런볼) 등 젤리쵸콜릿도 구매하였다.
점심은 스테이크를 먹었고, 발 마사지를 받았는데 아픈 부위를 콕 집어서 해주셨다. 여행을 하다보면 부부가 예민해지기도 하는데...마사지가 좋아서 그런 부정적인 기분은 조금씩 사라졌던 거 같다. 저녁은 훠궈를 먹게 되었다. 점심을 조금 과하게 먹은 탓에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양배추를 곁들여 고기를 원 없이 먹었다. 다시는 고기를 못 먹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이날의 가장 기분 좋았던 하이라이트가 있었다.
아이들을 호텔에 두고, 남편과 둘이서만 외출해 혼후이 프라자를 찾았다.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포터가방 중 인터내셔널의 대만 OEM 브랜드 가방을 보고, 작은 가방 하나를 구매했다. 직원과 파파고로 대화하며 쇼핑을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흥미로웠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직원은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면세를 도와주기 위해 직접 이동 경로까지 안내해 주었다. 길만 알려줘도 될 텐데 끝까지 함께해 주는 친절함이 인상 깊었다. 하루 종일 걷느라 다리는 많이 아팠지만, 아이들과의 여행 속에서도 부부로서의 시간을 잠시 가질 수 있었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도심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었던 정말 좋은 밤이었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행복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