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조직의 사용설명서

밑바닥....민낯을 드러내다”

by 한그루

또또 이사의 법인카드 난발 사태가 도를 넘어서자, 회사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기명카드 전환과 월 한도 설정. 영업 실적이 없으니, 최소한의 통제라도 필요했다. 상식적인 조치였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도가 생기자, 또또는 마치 ‘수도 밸브를 잠근 범인’을 찾듯 이상한 불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불안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흘렀다.

사무실 다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H가 우연히 본 장면이 있었다.
또또 이사가 사무실 다과 박스를 ‘슬그머니’ 들고 나가려던 순간.
눈이 딱 마주치자, 그제야 박스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H그녀의 눈에 비친 또또는 비굴한 좀도둑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척 정리중이신가봐요 하고 쿨하게 지나쳐 주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민망한 실수’ 정도로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하니 상황이 달랐다.
샌드박스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직원들 간식으로 비축해둔 컵밥마저 종적을 감췄다.

심지어 누구도 못 본 척한 것이다.
마치 회사에 밤도둑이라도 다녀간 듯, 정리된 선반만 멀쩡히 남아 있었다.

궁상’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다

다과 실종 사건을 겪고 나니, 퍼즐이 맞춰졌다.

또또는 카드 한도를 채우지 못하면 안달이 났다.
그러니 방법을 찾은 것이다.

카드를 쓸 수 있는 명목을 만들기 위해, 거래처 직원들을 굳이 불러들였다.
그 자리에서 31아이스크림을 “인원수대로” 긋는 건 여전했다.
그 행동은 더 이상 기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오늘 누구랑 있었는지’ 남기고 싶은 흔적 놀이 같았다.

영업이 아닌, 카드 사용을 위한 영업 시늉.
그 뒤에서 사무실 다과는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현장이 들끓기 시작하다

컵밥과 과자 한 봉지가 없어지는 건 작은 일이지만,
현장 직원들은 누가 봐도 알았다.

“이건… 누가 가져간 거죠?”
“회사도 이제 좀도둑이 드나드나?”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 불만은 향하는 곳이 뻔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 영향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항상 뭔가 쌓아 들고 나가던 사람.’

누구라도 또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도둑질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가 회사의 자원을 ‘권리’라 착각했다는 점이다.
카드도, 다과도, 자격도 없는 임원 대우도.

그리고 더욱 문제였던 건, 그 모든 걸 대표가 모른 척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

회사 구조의 균열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 신호라는 걸 똑똑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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