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어린이집 차량의 문이 닫히고,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떠나는 21개월 아들의 뒷모습을 본다. 아이를 태운 차가 단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면, 대구의 평범한 아파트 단지에는 묘한 정적이 찾아온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의 나는 전혀 다른 풍경 속에 있었다. 넥타이를 매만지며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었거나, 이미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쏟아지는 이메일과 어제의 미결 업무들을 헤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중인 지금, 나에게 오전 9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텅 빈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닫는 순간, 나의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육아휴직을 '꿀 같은 휴식'이라 말한다. 물론 아이와 온종일 부대끼는 주말에 비하면 등원 후의 시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오후 4시,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정확히 7시간. 이 7시간은 내가 5년 뒤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한 예행연습이자, 파이어족(FIRE)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한 가장 치열한 훈련 시간이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워드프레스 블로그의 하얀 화면을 마주하면 회사에서 보고서를 쓸 때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예전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문장을 다듬었다면, 이제는 나의 생각과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한다. 미국 주식 시장의 흐름을 체크하고, 내가 구축한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작은 수익들을 기록한다. 이 7시간 동안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부품이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회사의 경영자이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건축가다.
내가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하기 위해 지금의 자유를 잠시 유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21개월 된 아들에게 훗날 "아빠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느라 바빴어"라는 말 대신, "아빠는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기 위해 이런 도전을 했단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은 묻는다. "돈을 얼마나 모아야 은퇴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갑자기 주어진 24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마주하는 이 9시부터 4시까지의 시간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지금 놀고먹기 위한 은퇴가 아니라,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시간적 자유를 얻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아반떼 AD의 낡은 핸들을 잡고 아이를 등원시키며 느끼는 이 소박한 일상이, 5년 뒤에는 나의 온전한 하루가 되기를 꿈꾼다.
시계 바늘이 9시 15분을 가리킨다. 이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오늘의 '진짜 업무'에 몰입할 시간이다. 나의 은퇴는 이미 이 거실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