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꿈이라고 해줘

첫 면접, 모두의 기억에 남을 그 아이, 바로 '나'

by Meirees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 심장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들어오기 전 괜히 커피를 마셨나,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다. 다음에 면접 보는 기회가 또 있다면 그때는 절대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지.


엄마랑 언니가 골라준 코랄색 정장 원피스가 너무 타이트하다. 물론 위에 남색 정장 재킷을 입긴 했지만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왜 이리 불편한지 나의 똥배가 너무나도 도드라지는 건 기분 탓인가.


회사 웹사이트에 나온 제품 정보도 열심히 훑어봤고, 인재상이나 주요 사내 정보 같은 것들도 미리 숙지했으니 첫 면접이지만 잘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준비할 수 없다. 스스로 머릿속으로 다짐하고 응원했다.


눈을 꼭 감고 평소에 매지 않는 메탈 체인이 달린 숄더백을 꼭 잡고 건물 로비로 들어가자 인사팀 대리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면접 대기실로 안내해 주셨다.


면접 대기실로 들어간 순간 깨달았다.

'아...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대기자로 계신 분들이 대충 스윽 둘러봐도 나보다 10-15년 경력은 더 있어 보였다. 과장, 아니 부장급으로 보이는 분들이 계셨다. 면접 대기실을 잘 못 온 건가? 하고 인사팀 대리님을 쳐다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빈자리를 가리키며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시는 여성 면접 지원자분이 웃으며 인사하시더니 말을 걸어주셨다.


"어떻게 이 면접에 오게 된 거에요? 이 면접 포지션은 최소 경력 10년 이상인데?"


'아... 망했다'


"헤드헌터분이 연락주셔서 면접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뭔가 경력 말고 플러스 되는 점이 있으니 소개해주셨겠죠 괜찮을 거에요? 이것도 경험이니까 화이팅!!"


그분은 당황하는 나를 위로하며 이 또한 경험이니 즐기라며 본인 차례가 되어 면접실로 들어가셨다. 사실 당시만 해도 영어를 하는 직원을 뽑는 것이 쉽지 않았다. 헤드헌터가 영어실력 하나로 경력이 1년도 없는 나를 해당 면접에 꽂은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들었다.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최선을 다해보자 준비한 건 다 하고 나오자라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긴장해서 그런지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더더욱 가고 싶어졌다. 앉으니 더욱 볼록 나오는 똥배도 신경 쓰이는데 지금은 숄더백으로 가리고라도 있지, 면접 들어가시는 분들 보니 가방 두고 가던데 긴장하니 하나 더 신경 쓰이고 너무 불편했다.


여성 지원자분이 면접실에서 나오시고 인사팀 대리님이 다음이 들어갈 차례라고 미리 알려주었고, 들어가서 앞에 보이는 의자에 앉으면 된다고 하셨다.


근데 워낙에 긴장해서 그랬을까?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으로 보이는 면접관 세 분께 꾸벅 배꼽 인사 후 앞에 보이는 사무실용(바퀴 달린 의자)에 앉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앉자마자 든 생각이 면접관분들과 지원자가 앉는 자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앞에 지원자가 면접 후 자리에서 일어나다 의자가 뒤로 밀린 건가?'

라는 의문이 든 것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앉아서 의자를 주욱 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면접관분들 앞에 까지 끌고 가 꽤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고개를 드니 가운데 면접관 분과 약 50cm 정도의 거리 밖에 안 둔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림 참고)


"헉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가까운 얼굴에 식겁하여 꾸벅 사과를 드렸다.


갑작스럽게 치마 정장을 입고는 구두 신은 발로 땅을 스윽 스윽 밀며 본인들 코앞까지 의자를 가져와 앉아버린 나를 보고 면접관분들은 소리 내어 정말 크게 웃기 시작했고 웃으시면 웃으실수록 나의 얼굴은 점점 더 익어갔다.

잠시 후 사과하며 천천히 다시 뒤로 스윽 의자를 움직여 거리를 두었고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일어나서 의자를 옮겼으면 덜 창피했을 텐데 뒤로 가는 것 역시 의자에 앉아 스윽 스윽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뒤로 움직이는 동안 면접관분들이 계속 멈추지 않고 웃으시다 내 붉어진 얼굴을 보시고는 괜찮다고 위로해 주시며 차분히 면접이 시작될 수 있었다.


면접관분 중 한 분이 책상 위에 인사팀에서 공유한 이력서를 다시 한번 보고 내 얼굴을 다시 보더니 고개를 갸웃둥하셨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영어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해당 업무의 특정상 경력이 아예 없는 신입을 뽑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역시나 나의 예상이 맞은 것인가?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어떤 인재가 되고 싶은지 그래도 한번 면접에 왔으니 얘기해 봐요 우리가 인생 선배로써 조언해 줄 수 있으니까."


다른 지원자들에게 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텐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시면서도 개인적인 질문을 하시며 면접 중 편안하게 해 주셨다.


"생명과학을 전공하여 이공계열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기기 혹은 제약업계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비록 준비한 내용으로 자세히 원하는 바를 어필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질문을 해주신 사항들에 하나하나 대답하며 좀 더 편안해졌던 것 같다.


당시 면접관분들이 내게 어떤 계열의 업무가 어울릴 것 같다 등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고, 당연히 결과로 탈락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첫 면접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올 때 제일 연장자로 보이시는 면접관께서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다.


"첫 면접인데도 불구하고 준비도 철저하게 잘했고 자신감 있게 본인에 대해 어필도 잘하니, 어딜 가도 잘할 거라 믿어요 오늘 면접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 덕분에 평생 기억에 남는 지원자일 거 같아요 ㅋ 조심히 가요"


너무 창피했지만 그 후 모든 면접에 덤덤해지고 덜 긴장하게 되었다. 이 후 면접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 면접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벌게 질 정도로 민망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