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이의 단발머리

난 영진이야...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by 유진






반반이의 단발머리


1. 학교에 가다.



나는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왜냐하면 학교에 일찍 가야 하기 때문에다.

깨끗하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서 내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아주 많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르마가 조금이라도 넘어오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서 다시 한번 거울을 본다.

준비는 끝났다. 빨리 가야지..


학교에 도착했다.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다. 다행이다. 친구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어떤 자리가 좋을지 이리저리 살피다가 창가 자리를 골랐다.

내가 그 자리를 고른 이유는 창밖으로 목련나무가 보이기 때문이다.

하얀 빵이 다닥다닥 붙은 거 같은 목련나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다.


'아…. 저 하얀 꽃은 꼭 빵처럼 보인단 말이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유 빵..'

오늘은 집에 가서 엄마한테 빵 만들어달라고 졸라야겠다.'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데 아이들이 등교를 했다.


나는 얼른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내 짝꿍 무진이가 등교를 했다.

이 녀석은 목소리가 커서 내가 정말 싫어하는 녀석이다.

하필이면 이번 주 짝꿍이 무진이어서 아침부터 짜증이 난다.


“야! 반반이 너는 남자 녀석이 맨날 그렇게 단발머리냐? 주말에 미용실 간다더니 또 안 갔나

보네?” 무진이 이놈이 또 히죽거린다. 기분 나쁜 놈…. 이놈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무진이는 목소리가 워낙 커서 반 친구들이 무슨 일인지 돌아보게 만

든다. “어쩌라고! 내 마음이야. 남이야 머리카락을 자르던 기르던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나는 짜증을 가득 담아 소리를 질러버렸다.


“어…. 뭐 또 그렇게 신경질을 내냐? 그냥 한 소리인데.”

아…. 또 이런 식이다. 나만 나쁜 녀석으로 만드는 이 녀석의 말투가 정말이지 거슬린다.

빨리 다음 주가 돼서 다른 짝으로 바꿔버렸으면 좋겠다.



2. 체육시간



1교시가 지났다. 이제 2교시다. 그런데 2교시엔 체육 시간이다.

'어쩌지…. 이번엔 또 뭐라고 선생님께 말하지….' 나는 어떤 핑계를 대서 의자에 앉아있을지

고민했다. '그래 이번엔 다리가 아프다고 해야겠다.'

선생님께 할 말을 생각하고 체육 선생님께 갔다.


“선생님 제가 주말에 뛰다가 발목을 다쳤어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께 이야

기했다. 선생님은 나를 잠시 보시더니 “그래 알았다. 저기 가서 앉아있어라.” 하고 대답해주셨

다. 마음속으로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나는 아이들이 체육 수업하는 것을 지켜봤다. 태그형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다 보니 나도 하

고 싶어 졌다. 손을 꼼지락 거리며 아이들을 보던 나는 다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 아니야,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할 수 없어.'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난 뒤 수돗가로

가서 손을 씻는 거를 지켜봤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러워진 것도 없었는데 같이 손을 씻어야 하나 잠시 고민

을 했다.


“야! 너 뭐해!” 악 깜짝이야! 이 녀석이 또 이렇게 나를 놀랜다. 진짜 짜증 나는 녀석이다.

“남이야 뭘 하든 왜 소리를 질러 놀랬잖아!” 눈썹을 씰룩거리며 씩씩거리자 무진이가 민망한

지 머리를 벅벅 긁는다. 내 목소리가 너무 컸나 보다. 무진이는 그냥 나를 부른 건데 내가 괜

히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사과하기 싫다. 무진이가 나를 놀라게 했으니까 무진이가 잘못한 거

다. 나쁜 놈.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한다.


발을 쿵쿵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짜증이 났다.

“ 영진아 너 왜 그렇게 짜증이 났어? 무슨 일 있어?”

엄마는 내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였는지 걱정스럽게 물어보셨다.


“아니요. 짜증 안 났어요. 그냥 배가 좀 아파서 그래요.” 나는 엄마를 속였다.

“ 배가 아파? 어쩌지? 왜 아프지? 어디 얼마나 아파?” 아…. 괜히 거짓말했다.

또 걱정스럽게 자꾸 물어보는 엄마를 보니 거짓말을 괜히 했다 싶다.

자꾸만 병원에 가자는 엄마를 말리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까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 했던 태그형 게임 놀이를 생각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양말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녀봤다. 친구들이 한 거처럼 상상해 봤다. 즐거웠다. 재밌었다.

' 나도 하고 싶었어. 하고 싶었다고.' 울음이 터졌다. 엉엉 울음이 터졌다.

너무 하고 싶어서 너무 속상했다.

' 무진이 녀석 이 나쁜 놈 나는 진짜로 하고 싶었는데 자기는 신나게 하고 땀도 뻘뻘 흘리고 손

도 씻고 해 놓고 나만 놀렸어. 이 나쁜 놈. 내가 너랑 놀면 인간이 아니다.'


한참 울고 나니 배가 고팠다.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밖으로 나와서 얼른 빵 하나를 집어

서 들어왔다. 엄마가 만들어준 우유 빵을 맛있게 먹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 내일은 어떻게 하지? 아... 학교 가기 싫다. '

무진이에게 소리를 지른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3. 남자가 꽃 좋아하면 안 되냐?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학교에 간 나는 무진이가 왔는지 안 왔

는 지 살펴봤다. 다행히 무진이는 아직 안 왔다. 나는 내 자리로 가서 창가에 있는 목련나무를

보고 있었다.


“왁! 뭐 하냐? " 악 깜짝이야. 이 녀석이 또 나를 놀라게 한다.

'이 녀석이 왜 웃고 있지? 내가 어제 화냈는데?' 나는 좀 민망했지만 아닌 척하고 말했다.

“ 뭘 보긴 저 꽃을 보는 거야. 넌 꽃도 좀 보고 살아! 맨날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 나는 무진이

에게 꽃 좀 보고 살라면서 우쭐거렸다.


“ 남자 녀석이 무슨 꽃이냐? 넌 꽃을 좋아해서 맨날 여자처럼 단발이냐? " 이 녀석이 좋게 봐

주려 했더니 역시나다. 안될 녀석은 역시 안될 녀석인가 보다.

“ 남자는 꽃 좋아하면 안 되냐? 그리고 내가 꽃 좋아하는 거랑 단발머리랑 무슨 상관이야. 신

경 쓰지 마!”


어찌나 신경질이 나는지 꽥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다 이 녀석 잘못이다.

왜 내 머리카락 얘기를 자꾸 하냔 말이다. 진짜 짜증 나는 녀석이다.

나는 이 녀석 하고는 역시 안 되겠다. 오늘 하루도 나는 짜증을 내버렸다.

오늘은 무진이에게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도 짜증을 내고 왔다.

이 녀석은 내일도 웃으면서 나를 놀라게 하겠지? 하지만 또 나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겠지.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갔다.

“엄마 저 전학 보내주세요.” 엄마가 깜짝 놀라며 나를 붙잡는다.

“ 왜 그래? 너 무슨 일이 있어? 무슨 일이야. 어?”

아…. 또 이런다 엄마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하다. 내가 말없이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

엄마가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그래 생각해 보자.” 그 뒤로도 나를 한참 동안 안고 토닥여주

시던 엄마는 고기반찬을 더 해야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나는 식탁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를 봤다.

' 괜히 말했나 봐. 엄마 우는 거 같은데 어쩌지….' 엄마는 고기반찬을 더 해야겠다고 그랬지만

딱히 뭔가를 더 만드는 것 같지가 않았다. 엄마는 그냥 가스레인지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4. 코피가 났다.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은 놀라지 말아야지 먼저 놀라게 해 줘야지 하며 무진이를 기다리고 있

었다. 앞문이 열리고 무진이가 들어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무진이는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웃

지도 않고 나를 놀라게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무진이가 이상했고 은근히 이 녀석의 눈치를

봤다. ' 나쁜 놈 오늘은 또 왜 그러는 건데?'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가 나를 놀려서 내가 화낸 건데 왜 네가 성질이 나 있는데? 쳇! 나도 말 안 해!'

그렇게 수업이 모두 끝났다.


오늘은 점심만 먹고 일찍 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무진이도 말없이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어색하게 운동장으로 나왔고 말없이 걸었다.

내가 앞에 가고 무진이가 뒤에 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형들이 찬 공이 날아와 정확히 내 얼굴을 때려버

렸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공에 얻어맞자 맞아 코피가 철철 났다.

너무 아파서 엉엉 우는데 무진이 녀석이 형에게 달려들었다.

“ 뭐 하는 거야! 내 친구가 맞았잖아! 형아 나쁜 놈이야! ”

저 녀석이 지금 뭐라는 거지? 무진이는 씩씩거리며 형들에게 막 소리쳤고 나는 그런 무진이를

놀라서 쳐다봤다.


형들이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무진이가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아직 코피가 나서 나도 모르

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생각이 나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야! 코피 나면 머리 드는 거야! 왜 숙여 빨리 들어!” 무진이가 강제로 내 뒤통수를 잡고 뒤로

넘겨버렸다. '이 바보가 코피나면 숙이는거야. 왜 머리를 드냐..'

하필이면 무진이가 서 있는 자리가 내 오른쪽이었다. 오른쪽은 안 되는데...


무진이가 말이 없다. 봤겠지. 봤으니까 말이 없겠지. 나는 조심조심 눈을 굴려서 무진이 얼굴

을 봤다. 무진이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뒤로도 말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무진이

가 잘 가라고 인사를 했지만 받아주지 않고 그냥 왔다. 집으로 와서 엄마의 걱정스러운 말을 잔

득 듣고 눈물 흘리는 엄마를 실컷 보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 아 귀찮아. 내일 학교에 어떻게 가지? 무진이 얼굴 어떻게 보지? ' 나는 학교 갈 일이 너무 걱

정이 돼서 잠이 오질 않았다.



5. 무진이의 편지



결국 몇 시간 못 자서 눈이 개구리같이 퉁퉁 부어서 학교에 갔다.

무진이는 나보다 일찍 와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저 놈이 왜 빨리 온 거지... 괜히 어색하게 왜 일찍 온 거야.'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무진이가 왁왁하며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 너 꽃 좋아하냐? 사실 나도 꽃 좋아한다. 뭐 남자도 꽃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진이가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어색해서 "어 그래 뭐 너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우리는 별 대화 없이 수업을 했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조용히 하교 준비를 하고 집에 가려는데 무진이가 나를 잡았다.

“어…. 있잖아. 내가 편지 쓴 게 있는데….”

무진이가 주머니에서 네 번 접은 종이를 주며 말했다.

“이게 뭐야?” 나는 무진이가 왜 나에게 편지를 주는지 이해가 안 됐다.

“ 어…. 그냥 집에 가서 읽어! 나 먼저 간다.”라고 말하고는 뛰어나가 버렸다. 웃기는 녀석….

대체 왜 저러는 건데?


나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방문을 잠갔다.

조심조심 네 번 접은 종이를 꺼내서 읽어 봤다.



영진이에게


어이 친구! 나 무진이야! 최 무진! 나 알지? 나 무진이야!


어 있잖아.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나는 진짜 몰랐어.


그리고 있잖아. 너 단발머리도 잘 어울려! 뭐 괜찮다고!


나는 남자도 단발머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는 단발머리도 어울리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 이 녀석이 뭐라는 거야.. 느낌표는 왜 이렇게 많아.'

내일은 무진이 하고 축구도 하고 우리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우유 빵도 같이 먹자고 해야겠

다. 이 녀석이 이제 좋아질 거 같다.


우리는 비밀을 가진 친구다. 내 비밀은 나의 귀다. 나는 태어날 때 부 터 한쪽 귀가 작았다. 남

들보다 너무 작은 귀를 가지고 태어났다.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작은 내 귀는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을 때부터 내 단발머리 속에서 단 한반도 세상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무진이에게는 내일 보여줘야겠다. 나는 이제 무진이가 좋다. 무진이는 나를 코피 나게

했던 형들하고도 멋지게 싸워줬고 나한테 네 번 접은 편지도 줬다.


나는 내 비밀을 알지만 나를 놀리지 않는 무진이가 좋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겠다. 단 한 번도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는데 무진이는 꼭 데려와야겠다. 엄마에게 무진이를 자랑해야지.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저는 단발머리에다 파마를 한 귀여운 9살 남자아이를 상상하며 썼어요~

이 글은 올 봄에 써둔 거랍니다 ^^

8살~9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썼어요..

그래서 말투나 이야기 흐름상 딱~~!! 8~9세 아이같이 생각하며 썼어요^^


제가 반반이가 되어 반반이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봤어요...

첫 글자를 치고 마지막 글자까지 쉬지 않고 썼던 글이지요...

제가 반반이가 된 거 같았고..곁에 무진이가 있을 거 같았답니다..^^

나는 8살이다~~ 나는 9살이다~~ 이러면서요 ^^


저는 우리 아이들이 나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아이를 보면서도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 받아들이

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답니다..

어쩌면 아이가 가진 마음의 상처와 위축은 어른이 만들어 놓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다름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그저 다름이라고 인지하고 당당할 수 있다면~~

아이도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테죠~~


저는 이와 같은 짧은 동화들을 생각해두고 있어요 ^^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나와 다른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죠...

그중에서도 유난히 다름이 느껴지는 아이를 향한 태도는 평소 어떻게 배웠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요 ^^

부모님이 읽고 아이에게도 읽어주며 이 다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그런 과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