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은 중등교육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모든 사회문제의 뿌리는 중등교육에 있다. 왜곡된 중등교육은 한국 사회 전체를 지진의 연쇄반응처럼 흔들어 놓고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줄 세우기와 낙인 속에 방치되었고, 부모들은 사교육에 매달리며 ‘좋은 학군’을 찾아 이주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집중과 강남 집값 폭등은 가속화되었고, 학력 격차는 곧바로 계층 격차로 이어졌다. “공부하면 계층을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은 무너졌고, 교육은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급 고착의 장치가 되었다.
이 악순환은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때문이다. 강남 학군 경쟁, 사교육비 폭등, 불확실한 대학 입시 구조는 아이 키우는 일을 곧 ‘전쟁’으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이 불안하면 출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청년 세대는 불평등 속에서 좌절하며 국가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어간다.
따라서 중등교육의 개혁은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 집중, 부동산 폭등, 저출산, 계층 고착, 국가 경쟁력 약화까지 연결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과도기적 역할 전환
국가교육위원회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해왔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유명무실한 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정치인과 관료, 대학 총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기구로 전락했다. 몇 차례 회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 자리에서 나온 정책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했다. 현장의 고통은 외면되었고, 교육의 철학은 실종되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위원회의 실질적 역할 전환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금 이 순간부터,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낳고 있는 중등교육 정상화에 전력을 집중하는 과도기적 기구가 되어야 한다. 교총이든 전교조든, 현장의 교사든 학부모든,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노선과 차이를 넘어 모여야 한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좌우가 힘을 합쳐 민족의 생존을 모색했던 신간회처럼, 지금은 교육을 살리기 위한 범국가적 연대가 필요하다.
이 과도기적 운영 상태는 물론 영구적이지 않다. 중등교육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될 때까지만 중등교육 당사자 중심의 해결 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는 운영될 것이다. 현장의 교사, 학교 관리자, 학부모, 학생 대표, 교육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점검하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당분간 국가교육위원회의 첫 번째 책무는 바로 중등교육의 구조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이루어져야만 다른 개혁 역시 뿌리내릴 수 있다.
그 이후 국가교육위원회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유아에서 평생교육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리는 기구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함께 걷기의 출발점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는 중등교육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중등교육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반드시 중등교육 당사자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함께 걷는 교육’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현장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 시민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실제로 교육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해결의 길을 찾는 것이다. 구체적 로드맵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중등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