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돌스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요한슨 (1950 - 2025)
국내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운 국내 인지도와는 달리 현지에선 전설 대접받는 아티스트가 여럿 있으며 미국 로커 데이비드 요한슨(David Johansen)도 그 범주에 속한다. 전설적인 펑크 밴드 뉴욕 돌스의 프론트퍼슨으로 록 신에서 맹활약한 그는 버스터 포인덱스터(Buster Poindexter)라는 얼터에고를 비롯한 솔로 시기까지 화려한 경력을 아울렀다.
데이비드 요한슨 하면 그의 몽타쥬가 떠오른다. < 퐁네프의 연인들 >에서 줄리엣 비노슈와 아름답고도 처절한 인연을 그려냈던 드니 라방이나 < 헬보이 > 주인공 론 펄먼처럼 쉬이 잊기 힘든 용모는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기억장치와도 같다. 물론 내가 본 안와상융기 또렷한 이목구비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무렵이었고 젊었을 땐 귀엽고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다.
얼마 전 SNS에서 그가 말기 암과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호전을 바랐건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듀란듀란은 “우리는 뉴욕 돌스를 사랑했으며 어느 날 뉴저지에서 요한슨과 블론디와 함께 했던 공연을 기억한다”며 추모포스팅을 남겼고 < 베이비 드라이버 >와 미국 아트록 밴드 스파크스를 다룬 <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를 연출한 영국 영화 감독 에드가 라이트도 'Looking for a Kiss' 라이브 영상의 첨부와 더불어 “록 역사상 최고의 프론트퍼슨이 떠났다”란 코멘트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vmvMFXWzc8
데이비드 요한슨 하면 역시 뉴욕 돌스다. 1970년대 중후반 미국의 라몬즈, 영국의 섹스 피스톨스와 클래시로 펑크 전성기가 개화하기 전 일명 “최초의” 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Proto를 붙인 프로토 펑크가 있었느니, 대표주자가 바로 뉴욕 돌스였다. 스트레이트한 펑크에 파워풀한 하드록을 결합한 1973년 데뷔작 < New York Dolls >는 각각 A, B면 오프닝을 장식하는 ‘Personality Crisis’와 ‘Trash’, 피날레 트랙 ‘Jet Boy’ 등 개성 넘치는 트랙들로 절륜했다. 팝 역사의 천재 싱어송라이터 토드 룬드그렌이 프로듀싱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을 독보적 위치에 올려놓은 건 비주얼/이미지였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 데이비드 보위와 “글리터 록”의 상표권 주인 개리 글리터, 마크 볼란이 위시한 비주얼 중심의 글램 록을 수입했다. 데뷔 앨범의 앨범아트만 봐도 이들의 “추구미”는 확연하다. 끗발 날렸던 미국 음악프로 The Midnight Special에서 연주한 ‘Personality Crisis’에서도 이들의 착장은 화려하다.
21세기에 뒤늦게 석 장의 정규 음반을 더 내놓지만, 전성기 뉴욕 돌스는 상기한 1집과 1974년도 소포모어 앨범 < Too Much Too Soon >까지였다. 물론 두 장의 앨범에 상기한 곡들과 ‘Stranded in the Jungle’과 ‘Don’t Start Me Talkin’’같은 골든 트랙이 포진해 있으므로 필청을 권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솔로 활을 개시했다. 스캔들(Scandal)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던 프랭키 라로카(Frankie LaRocka)가 드럼 스틱을 잡고, 버즈 베르노(Buz Verno)가 베이스를 친 1978년도 셀프타이틀 데뷔작 < David Johansen >은 높은 완성도로 솔로 경력의 출항을 알렸다. 유쾌한 펑크록 ‘Girls’와 제목처럼 훵키한 ‘Funky But Chic’이 제법 들을만 하다.
1980년대는 제2의 자아이자 기발한 캐릭터인 버스터 포인덱스터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줬다. 포인덱스터 점프 블루스와 스윙, 심지어 1910년대 유행했던 Novelty Song을 뒤섞은 색다른 음악을 구사했다. 2000년엔 데이비드 요한슨과 해리 스미스(David Johansen and the Harry Smiths) 로 블루그래스까지 시도했다.
언젠가 그의 음악 세계를 FM 라디오에서 소개할 날이 있길 바라며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와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안을 가졌던 불세출의 로커를 떠나보낸다. 롱 리브 뉴욕돌스, 롱 리브 데이비드 요한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