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22 - 3.28
음악으로 꽉 찬 지난주였다. 수요일에 LG아트센터서 열린 윈튼 마살리스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에 다녀왔다. 2024년 셉텟(7인조) 구성으로 내한했던 윈튼 마살리스가 약 24년 만에 15인조 빅밴드로 한국에 귀환했다. 듀크 엘링턴과 카운트 베이시로 대변되는 스윙, 빅밴드 음향의 재현, 재즈와 클래시컬 뮤직의 융합을 추구했던 본 공연은 “미국 흑인 역사가 담긴 재즈를 새로운 고전 음악의 반열로 격상시키려는” 윈튼의 의중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온라인 신문 웹사이트 “오마이뉴스” 남긴 기사 링크를 첨부한다.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218802
목요일엔 스웨덴 출신 로빈의 신보 < Sexistential > 리스닝 파티에 다녀왔다. 인디 뮤직을 선도하는 베가스 그룹의 아시아 지부인 “베가스 아시아”에서 기획한 이 이벤트엔 < GALAPAGGOT >(2024)로 2025년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을 수상한 넷 갈라(NET GALA)와 한국 R&B 싱어송라이터 베이비 야나(BÉBE YANA) 등이 참여했다.
기본적으론 신보 < Sexistential > 트랙을 트는 시간이었지만 각 퍼포머의 개성을 드러낸 구간도 충분했다. 넷 갈라의 디제잉과 베이비 야나의 감각적인 싱잉이 어우러졌던 ‘Talk to Me’는 3개의 선공개 싱글 중 하나. 아무래도 대면 접촉이 힘든 팬데믹 시기 “말로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에 대한 가사라고 한다. DJ KITTY가 들려준 ‘Sexistential’도 유독 섹슈얼하게 들렸다. DJ NH이란 정체불명의 디제이는 한국 전자음악신의 대표주자 키라라로 판명되었다. 최근 후지 록 페스티벌 2026 2차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릴만큼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중.
이태원 일대 클럽을 책임졌던 넷 갈라가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다고 한다. 런던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3월 28일엔 케이크샵에서 그를 위한 페어웰 파티 “NOT Good bye NET GALA”가 열렸다고. 로빈 리스닝 파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를 태그했고, 그와 짧게나마 문자를 나눴다. 언젠가 그의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있길. 런던에서 음악적 자양분을 맘껏 흡수하길.
3월 28일엔 오랜만에 모데시에 다녀왔다. 신당동 음반 가게 모자이크(이스트)에서 만난 친애하는 레코드 콜렉터와 식사했다. 내가 아는 브라질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을 가장 사랑하는 김형과 마형, 모자이크를 이끄는 프랑스인 주인장 커티스, 가요를 비롯 세계 곳곳 음악에 정통한 고형, 모자이크웨스트 지킴이 겸 디제이 이형까지.
막걸리의 얼큰한 취기와 함께 음악과 레코드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각자가 처음 레코드에 입문한 계기와 레코드와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아티스트까지,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대략적으로만 짐작했던 내용들에 디테일이란 살이 붙었다.
회포를 푼 후 근처 클럽 모데시로 이동했다. 이 날은 칼 크레이그라고 하는 전설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의 셋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미 후보에도 올랐던 그는 리믹스의 대가. 같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의 동년배 디제이 테오 패리시와 독일 크라우트록의 전설 아시 라 템펠의 리더 마누엘 괴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를 리믹스했다.
이러한 다채로움은 그의 셋에서도 잘 드러났는데, 주도적일 것으로 짐작했던 소울 훵크보다 외려 백의 로보틱하고 기계적 음향이 주도적이었다. 동작이 많진 않지만 드물게 보여준 몸짓은 절도 넘쳤고, 테킬라를 나눠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마침 맨 앞에 있던 나도 한 잔 받아 레전드 디제이와 잔을 마주치며 “치얼스(Cheers)”를 외치기도. 후반부 뉴 오더 ‘Blue Monday’를 틀었을 때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칼 크레이그의 빅 팬이며 그의 ‘At Les’를 특히 사랑한다는 커티스 사장이 바로 다음 순서였다. 매우 딥한 아프리카 음악을 틀었던 명동 루프탑에서의 세트 이후 꽤 오랜만에 디제이로 만난 그는 그 때와 상반되는 테크노 하우스를 틀었다. 급 체력 저하로 1시간을 채 못 있고 4시쯤 모데시를 나왔지만 그의 넓은 스펙트럼을 느낀 값진 시간이었다. 스테레오랩을 비롯 영미권 개성파 밴드를 보러 유럽을 자주 돌았다는 A와 신촌에 스케이트샵 겸 레코드 스토어를 런칭했다는 B같은 커티스 지인과도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