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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Mar 30. 2024

테크닉과 필링을 겸비한 일본 국가대표 기타리스트의 저력

2024년 3월 3일 호테이 토모야스 첫 번째 내한 공연


공연 5분 전부터 한 바로 앞 열의 한 중년 남성이 “호테이! 호테이!”를 외쳤다. 세 보진 않았지만, 최소 백번 넘게 연호했을 것이다. 이어 몇 명의 다른 관객이 중년 남성을 도와 음성이 더 커졌다. 청중 대부분 연호에 맞춰 박수쳤다. 얼마 전 핑크팬서리스 더블린 콘서트에서의 충성심과 단결력을 다시 느꼈다. 그저 주름 개수만 달랐을 뿐이다.

1962년생 일본 음악가 호테이 토모야스의 경력은 40년이 넘는다. 80년대 날렸던 록밴드 보위(BOØWY)부터 킷카와 코지(Kikkawa Koji)와 협업한 콤플렉스(COMPLEX), 솔로작까지 일본 팝 록을 대변하는 기타리스트로 종횡무진 필드를 누볐다.


“어라 이걸 이 사람이 했어?”라고 눈이 튀어나올 법한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 빌>과 <무릎팍도사>에 사용되어 멜로디가 익숙하다. 강력한 에너지에 영화적 구성을 갖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이 공연문을 화끈하게 열어젖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LQTAmd82aPc


호테이 40년 경력의 지형도와도 같은 2시간이었다. 보위 시절 곡을 들으며 왜 이들이 80년대 그토록 끗발 날렸는지 이해했다. 록 팬을 만족시킬 만한 하드록 골격을 갖췄지만, 사운드를 걷어내면 뽀송뽀송 멜로디가 살아있다. 큐어의 어두움과 디페시  모드의 도회적 이미지를 품은 보위지만 음악 자체는 많은 이들이 즐기고 따라 부를 만큼 대중적이다.


보위 시절에 발표한 쫀득한 펑키 기타의 ‘Bad Feeling’과 콤플렉스의 ‘Be My Baby’는 중년 관객층의 추억 여행이 되었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두건을 둘러쓴 열혈 팬들이 구절 하나하나 빼먹지 않고 따라 불렀다. 보위의 프론트퍼슨 히무로 쿄스케의 시네마틱한 노랫말이 돋보이는 대표곡 ‘Marionette’에서 열기가 극에 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sOfT2IVf0

이번 공연에서도 연주했던 보위 시절 명곡 Dreamin'


학창 시절 우상이었을 리치 블랙모어를 오마주한 딥 퍼플의 명곡 ‘Highway Star’와 활화산같은 솔로잉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Fly Into Your Dream’ 같은 <GUITARHYTHM> 시리즈 수록곡들은 기타리스트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냈다. 직선적인 헤비메탈과 쫀득한 펑키 리듬에 두루 통달한 달인이었지만, 롱다리를 바삐 움직이며 스텝을 밟고 불꽃 킥도 차는 화려한 액션에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프립 같은 학구파의 모습은 없다.


첫 번째 서울 콘서트에 대한 흥분감을 공연 중간 멘트로 표현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호테이의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러시아계 혼혈 일본인이라고 한다. 어렴풋이 한국 문화를 접해왔을 그에게 특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빠른 시일내에 한국을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믿어본다.


그는 40년 음악 생활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도 했다. 공연으로 그 말을 증명했다. 예순이라고 믿기 힘든 정력적인 퍼포먼스와 베테랑 연주자들의 하모니는 지루할 틈 없는 2시간을 꾸며주었다. 청중의 에너지도 놀라웠다. 호테이와 콤플렉스, 보위 덕에 1980년대 일본 팝 록과 한결 친해진 기분이다.



P.S. 호테이의 공연에 다녀온 지인의 SNS에서 콤플렉스의 5월 공연 소식을 접했다. 시기만 맞았다면 꼭 가보고 싶을 만큼 콤플렉스의 음반은 매력적이다. 많은 일본 록 팬들에게 1990년대 록 레전드의 귀환은 가슴 떨리고 설레는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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