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동교 Jun 12. 2024

아티스트 김사월의 진심,매혹적인 90분

<제11회 김사월 쇼: 디폴트 >에 다녀오다

공연 중간 김사월은 청중에게 “혹시 오늘 제 공연 처음 보시는 분 계신가요?”라며 여론조사(?)를 했다. 허공 위 몇 안 되는 손에도 “그래도 오늘은 처음 오신 분들이 꽤 많네요”라며 김사월은 감사함을 표했다. 주위엔 전문적인 카메라 장비로 시종일관 촬영하는 이와 가사 마디마디에 숨 죽이다 눈물 흘리는 이가 보였다. 모두 여러 번 김사월 공연을 찾은 깊은 팬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21일 공연에선 김사월 라이브를 처음 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보니 2022년 말 EBS <스페이스 공감>이 첫경험이었다. 즐겨 듣는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날치와 고상지도 무대에 섰다. 그 때 부른 곡은 정확치 않지만 따스한 기타 연주와 맑은 음성은 귓가에 남아있다.


최근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 울림으로 다가올 음악”을 꿈꾼다고 말했던 김사월. 사랑을 받는 게 너무 힘겨웠지만 이젠 마음의 문을 열어 사랑을 끌어 앉으려한다는 그에게서 본질을 고민하고 삶을 사색하는 예술가를 보았다. 눈을 반짝이며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사랑 없는 세상이 디폴트”라는 신곡 ‘디폴트’의 도입부가 눈처럼 사르르 부서졌다.



성수아트홀에서 2024년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열린 <제 11회 김사월쇼>는 3월 19일 발매된 4집 <디폴트> 중심으로 꾸려졌다. 개인적으로 앨범 하나를 통째로 듣는 콘서트를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이 딱 그랬다. 본인이 직접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레이션에 바로 이어지는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버려요’ 부터 트랙리스트 열한곡을 내리 연주했다. 정확하게 따지면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밤’까지 열 트랙을 밴드 편성으로, 아티스트 본인이 별책부록 혹은 별도 챕터로 명명한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는 홀로 불렀다.


전반부를 루 리드의  명반 <Transformer>(1972)가 떠오르는 명쾌한 기타 록이 채웠다. 이펙터를 활용한 기타 솔로가 돋보인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와 잔잔하게 시작하다 거친 록의 질감으로 돌입한 ‘디폴트’, ‘독약’ 속 담백한 펑키함에서 전기기타의 맛이 진했다. 'Wicked Game'의 크리스 아이삭이 떠오르는 나른한 분위기 속 ‘칼’을 들을 땐 왠지 모르게 멕시코로 떠나고픈 마음이었다.


이시문(기타)과 이설아(키보드)-전솔기(베이스)-정수영(드럼) 등 여성으로 이뤄진 김사월 밴드는 서로 텔레파시 나누듯 부드러운 합치(合致)를 보여줬다. 단순히 세션 연주자가 아닌 오랜 친구처럼 호흡이 잘 맞았다. 김사월은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당신을 만나 축복이에요”라며 감사를 표했다. 김사월의 실제 친구라는 두 명의 안무가와 예사롭지 않은 율동도 선보였다.



줄곧 무대 한 귀퉁이의 검은 스크린에 눈길이 갔다. 노랫말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구절과 그렇지 않은 글귀에 스크린과 무대를 번갈아가며 김사월의 스토리텔링을 흡수했다. AUD 사회적 협동 조합이 제공한 청각 장애인의 감상을 돕는 문자 서비스로 아티스트의 배려가 돋보였다.


<디폴트> 셋리스트가 끝나고 종료를 암시하는 듯한 멘트가 이어졌다. 순간 “이렇게 공연이 끝나는건가?” 아쉬웠다. 이내 다행히도 ‘로맨스’와 ‘접속’같은 대표곡들을 불러줬다. 어쿠스틱 기타를 쥔 채 홀로 부른 '접속'에선 이시문을 비롯한 밴드 멤버들이 무대에 편하게 걸터앉아 친구를 지켜봐줬다. 소근소근 노래를 따라부르는 멤버도 있었다.



<디폴트>를 좋게 들은 입장에서 11회 김사월쇼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아티스트의 색채와 깊이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자신과 타자에 대한 물음을 개인적 언어와 소리로 풀어내는 그의 음악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운드와 비주얼이 던진 충격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