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17 _ 마법같은 동심
엄마의 초심_ 배운 것, 아는 것을 실천하자!
한 달 정도 둘째와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다.
처음에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고 준비를 시키려고 하자 아이는 자기도 아직 어린데 엄마가 더 필요한 건 자기라고 아빠를 보내라고 했다.
아이에게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토닥였지만, 며칠을 울며 슬퍼했다.
그러더니 헤어지기 전날 작은 편지봉투 3장을 내밀었다.
지금 읽지 말고 헤어져 있는 한 달 중에 엄마가 힘이 들 때마다 하나씩 꺼내 보라고 한다.
어른의 고민에 빠져 둘째의 허전해하는 마음을 놓쳤는데,
아이의 따뜻한 동심은 나보다 더 따뜻하게 어른을 안아준다.
아이가 날짜를 세어가며 과거에서 열심히 썼을 그 3장의 편지는
미래의 어떤 날, 현실에 지친 나에게 감동과 에너지를 선사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한잔 사 먹으라며 현금 만원도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만원의 감동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 아이의 고사리손 같은 용돈은 내 서랍 깊은 곳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아이가 선사하는 매일이 선물이며 축복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몸은 힘들어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던 그때,
난 엄마가 된 기쁨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고, 하루하루 건강한 아이의 시간들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었다.
지금의 난… 초심을 잃었다고나 할까…
아이의 변화를 느긋하게 기다려 주지 못하고
부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며 혼자 초조하고, 혼자 버겁고, 혼자 서글프다.
어쩜 이리도 이기적인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인 둘째와는 언쟁이 잦은 편인데… 대화는 늘 챗바퀴다.
나의 사고는 한정적이고, 그 사고에 맞춰 아이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통제하려 한다.
아직 어린아이는 잘못된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고 가정 내의 약속들을 지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난 늘 잔소리를 하고 있고, 아이는 늘 잔소리를 듣는다.
요즘의 나는 갱년기 핑계를 더해서 한껏 파이팅 중이다 보니…
아이의 상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루 걸러 진행되던 쳇바퀴 같던 언쟁이 어젯밤에는 대화로 이어진 선물 같은 시간.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내 감정의 스위치를 끄려고 노력했다는 것.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아주 잠시 기다려 줬다는 것.
별것도 아닌 것을 실천하기가 왜 그리도 어려운 걸까…
아이의 이야기 끝에 좀 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엄마의 힘듦을 설명했다.
“매번 그런 건 아닌데… 엄마가 갑자기 억울한 날이 있어. 아빠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고, 너희들도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지만, 종일 일하고 왔는데, 엄마는 일해서 돈도 버는데, 집에 오면 엄마가 해야 하는 집안일이 가득해. 밥도, 설거지고, 빨래도… 기타 등등. 그런데, 네가 벗은 옷이고 물건이고 여기저기 놔둔 것을 치워 달라고 말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도 하지 않으면, 또 말을 해야 해. 숙제도 다른 집안일들로 잊고 있다가 체크했는데, 안되어 있으면 또 확인해야 해. 그런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야. 때론 가족들 모두의 뒤처리를 해야 하기도 하지. 엄마는 그럴 때 힘들어. 지치고, 화도 나. 항상은 아닌데 가끔 그래. 근데 그 가끔의 시간에 너를 보며 한숨을 쉴 때가 있는 거야. 그 한숨이 너에게 향하게 해서 미안해. “
아이가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연다.
“엄마도 힘들겠어요. “
순간 그 말 한마디가 어찌나 큰 위로가 되던지…
아이에게 늘 말하는 것 중에 정말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지 “
좋은 책, 좋은 강의… 많이 접하면 뭐 하는가…. 엄마도 실천을 안 하면 꽝인 것을…
엄마에게도 초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과거에서 미래로 보냈던 아이의 마법 편지를 종종 꺼내봐야겠다.
아이가 주는 감동과 에너지를 되새겨 한숨을 토해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