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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ug 19. 2024

Hana12_쉬어가는 페이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엔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드디어 방학이 끝났다.

어린 시절 나의 방학은 늘 짧았는데,

왜 내 아이의 방학은 이렇게 길고 긴 걸까…

그래도 언제나처럼 시간이 간다는 것을, 뭐든 끝자락에 와서야 깨닫는다.

함께 있을 때 좀 더 여유롭게 보낼걸… 생각하면서…

코앞에 앞둔 복직에 이런 저런 일정을 떠올리면서…

익숙하지 않는 자유시간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찾아오고는 하지만 꿋꿋이 버텨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보이는 것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엔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잠시 챗바퀴같은 일상을 벗어나도 너무!!! 괜찮다는 말이다.  

바삐 사는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모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잊지 말자.

쉬어가는 페이지를 둔데도

책 속의 다음 장이이어지는 것처럼.

오늘의 내게도 쉬어가는 페이지가 필요하다.




밀린 집안일을 해야하나 생각의 씨앗들을 심던 찰나

매번 내 손에서 죽어 나가는 불쌍한 식물들 중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 내 곁에 있어 준 녀석의 잎 가득 먼지가 쌓여있음을 발견한다.

오늘은 네가 보일만큼 여유가 있는 날이구나.

누런 잎을 떼어주고 젖은 헝겊으로 먼지를 닦아주니 예뻐졌다.

너도 내가 필요했구나…

나의 쉬어가는 페이지에 (거창한) 내 존재의 이유와 너, 그리고 반짝 빛나는 햇살을 담을 수 있어서

참 고마운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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