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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Nov 02. 2021

봄봄아... 이제 엄마 힘들어...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3월 29일 월요일, 봄봄이를 다시 만났다. 소아중환자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봄봄이가 중환자실에서 나와 병실로 올라갔다. 내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정말 장한 딸이었다. 이번에는 수액하나 달고 있지 않은 환자같지 않은 환자였다. 교수님도 봄봄이의 건강한 모습대로 이틀만 지켜보다가 31일 퇴원하라 하셨다. 


또 한번의 기관삽관 때문에 아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번 기관삽관 후에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다가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우렁차게 우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그런것 쯤은 걱정될 게 아니었다.     


3월 31일 수요일, 드디어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지난번 퇴원일날 중환자실에 다시 내려갔던 일 때문에 퇴원하는 날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정말 집으로 간다. 친정엄마와 아빠가 오셔서 퇴원을 도와주셨다. 정말 애하나 아프니 온 집안사람들이 고생이었다. 친정엄마와 아빠는 아픈 손녀걱정, 내 걱정, 또 첫째까지 돌봐 주시느라 몸과 마음이 정말 힘드셨을텐데... 친정이 가까이에 없었다면 난 지금 힘든거에 10배는 더 힘들었을 알기에 엄마와 아빠에게 더욱 고맙고 미안했다.      



정말 꼬박 꽉채운 한달간의 기나긴 병원생활을 마치고 봄봄이와 나는, 같이 첫째와 신랑이 있는 우리집으로 왔다.     


점심무렵 집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봄봄이가 자는 사이 밀린 집안일을 하고, 첫째가 하원하여 첫째랑 같이 놀다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하며 정신없이 낮시간이 지나갔다. 신랑이 이제 퇴근한다는 전화를 받고 잠깐 쉬는사이 봄봄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데... 


하... 


봄봄이의 숨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좀전까지 멀쩡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건가. 신랑이 오자마자 봄봄이의 숨소리를 들어보라 했더니 신랑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아닐꺼야.. 괜찮아질거야.. 하지만 저녁이 되어 갈 수록 봄봄이의 컨디션도 안좋아보였다. 축 늘어진 모습... 


걱정이 되어 중환자실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봄봄이 중환자실 주치의 선생님과 통화하려 했더니 잠깐 자리를 비운상태였지만 다행히 봄봄이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선생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지금 봄봄이의 상태를 볼 수 없으니 뭐라 말을 못하겠다고...그래도 안좋아 보이면 병원으로 오는게 맞는 것 같다 하셨다.      

     

신랑이랑 나는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아질거야... 어떻게해서 이렇게 집에까지 왔는데...      

새벽내내 뜬 눈으로 봄봄이를 계속 지켜보다 결국, 새벽 5시쯤 응급실로 가기 위해 신랑을 깨우고, 첫째를 맡기기 위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봄봄이는 만 하루도 되지 못한 시간을 집에 있다 다시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4월 1일 새벽 6시도 안된 시간, 서울대학교 소아응급실에 도착하였다. 코로나로인해 보호자는 1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신랑은 출근도 해야하고 첫째도 걱정이 되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응급실에 도착하고부터 다시 병원생활이 시작되었다. 혈액검사부터 라인도 잡고, 혈압, 심전도 측정... 이런검사들 봄봄이가 다 싫어하는 것들인데... 또 다시 계속 될 생각을 하니 너무 미안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응급실에서는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봄봄이가 퇴원 후 누구누구 만났는지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어린이집에서 유행하는 질병은 없는지 첫째가 봄봄이에게 뽀뽀를 했는지...   

  

아니 퇴원해서 가족을 만나는건 당연한거고 첫째도 손발 다 씻고 만나게 해주었고 퇴원 첫날이라 모든것이 다 조심스러워 뽀뽀는 커녕 만질때 마다 손 소독을 다 했었다. 의사들이 바뀌면서 똑같은 것을 물어볼 때마다 첫째가 바이러스를 옮긴거마냥 말하는데 기분이 나빴다. 첫째를 만나서 바이러스가 옮길 수 있다 쳐요.. 그게 1시간도 안되서 호흡이 나빠지나요...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마가 옆에 없는데도 할머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단다. 아침에 밥 먹고 등원 준비할때까지 엄마, 봄봄이 얘기는 꺼내지도 않다가 어린이집 버스가 오니 무섭다고 엄마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말을 들으니 난 이제 어떻해 해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순간 솔직히 차라리 봄봄이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면 난 첫째 곁에 있을 수 있고, 봄봄이도 더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까지 했었다.  

    

도대체 왜 날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건지... 내가 뭘 잘 못했길래...

     

응급실에서는 검사나 질문말고는 딱히 치료를 해주는 것이 없어보였다. 결국 호흡 잘 못하니 다시 하이플로우도를 다는 것 뿐...


오후 1시쯤 되서야 병실로 올라갈거라고 봄봄이에게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였다. 결과가 나오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고 결과가 나왔는데도 병실 정리가 덜 되었다고 계속 응급실에 있게 하였다. 언제 올라가냐고 물아보니 4시 정도에 올라갈 수 있다 하여 계속 기다렸는데 4시가 넘어서도 병실로 올라갈 기미가 안보였다. 이제 이 상황이 짜증이 나서 눈물이 났다. 물어보면 이송원을 불렀는데 안오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간호사한테 물어보면 병실 정리가 덜 되었다고 하고...엉망진창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응급실에서의 기억은 최악이었다. 결국 오후 6시가 넘어서 병실로 올라왔다. 12시간 동안 응급실에 갇혀 있었다.  

    

이번에는 6A병동으로 병실이 배정되었고 담당 교수님과 주치의도 저번과는 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3월 한달간의 시련이 끝난 줄 알고 기뻐했었는데... 4월 1일, 다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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