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부재
또다시 멈추고 말았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 손목이 다시 말썽을 부리더니, 아뿔싸. 편도염까지 걸리고 말았다.
원래 나는 쉬는 걸 못 하던 사람이다. 20대 때 집에 있어도 누워 있질 않았다. 피곤하면 침대가 아니라 책상 의자에 앉았다. 누워 있으면 게으른 느낌이 들었고 쉰다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밀어붙였다. 출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육아, 집안일 중에도 손목은 풀가동 모드였고, 심지어 육퇴 후에도 부동산 강의 듣고 필기하느라 손목이 늘 아팠다. 드퀘르뱅 증후군 진단을 받긴 했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손목 보호대 착용도 소홀했고, 때때로 통증이 느껴져도 이전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글을 쓰면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무리하게 일정을 정해놓고 또 잠을 줄이면서까지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달리 손가락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곧장 병원 진료를 봐야 할 것 같았다. "드퀘르뱅 증후군이 다시 심해졌네요. 손목터널 증후군도 심합니다.", "손목을 안 쓰셔야 합니다. 여기서 더 나빠지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내 양손에는 또다시 주사 자국이 생겼다. 통증만큼이나 나는 무서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전자책을 쓰고 싶었고, 물결마루를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출산 후 무너진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 세우고, 간신히 품은 내 꿈이 결국 내 건강을 다시 몰아붙였다는 사실에 너무 억울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누군가가 내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았다. 내 몸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또다시 슬럼프가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글은 쓰고 싶었다. 손목을 쓸 수 없으니 음성 기능으로라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39.4도 고열이다. 편도염으로 목 안은 궤양으로 가득했고 입안이 온통 헐어버리고 말았다. 침을 삼키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모두 고통스러웠다. 손목도, 목도 상태가 안 좋으니 이제 정말 꼼짝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어떡하지?' 그때 불현듯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오늘은 일찍 자."
"좀 쉬어. 쉬면서 해."
그렇다. 이제는 정말 휴식이 필요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 당분간 육퇴 후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자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미 몸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기에 정말 피곤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몸은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다. 손목 통증도 줄어들었고, 목 상태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휴식을 하면서 깨달았다.
'너무 애쓰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처음에는 그저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나처럼 아픈 엄마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목표가 바뀌었다. 글을 써서 전자책도 만들고 브랜딩 사업도 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베스트셀러도 되고 싶고, 다른 인플루언서들처럼 주목받고 싶었다. 완벽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시간이 설렘과 두근거림이 아닌 부담스럽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다는 조바심에 나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실패해도 좋다고 마음먹기로 했다. 아니, 그냥 실패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글을 재미없게 써도 괜찮고, 못써도 괜찮고, 아무도 안 읽어도 괜찮고, 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늘 롤러코스터 같았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내 인생이 참 안 풀린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일도, 연애도, 투자도 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원하던 투자도 하게 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기고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이 다시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당장은 몸도, 건강도 안 따라주고 뭐든 계획대로 안 풀리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올라간다는 것을.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이랬다. 내 인생은 이미 여러 번 휘어졌고, 한두 번은 부러진 적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새순이 돋듯이 나는 오늘도, 지금도 조금씩 회복하고 자라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다시 멈추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다. 멈춘다는 것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과정이자 나를 돌보는 휴식이다. 몸이 다 나은 후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다가 아프면 또 멈추고, 멈췄다가 조금 나으면 또 쓰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이 글은 그 모든 '다시 시작'을 위한 내 작은 신호탄이다. 또다시 멈췄지만, 나는 아직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