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함께 시작한 '나만의 운동' 찾기
'이제 운동 못 하겠구나.' 허리 디스크 진단 직후의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 "어떤 운동이든 무리하지 않는다면 해도 됩니다." 이 한 마디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임신 중에도 출산 2주 전까지 수영을 했던 터라 다시 수영을 고민했지만, 산후에 물이 닿으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길을 찾았다. 문득 산후조리원에서 했던 산후 요가가 떠올랐다. 요가라기보다는 가벼운 스트레칭에 가까웠지만, 출산 직후의 몸 컨디션에는 딱이었다. 고요한 음악 속에서 매트 위에 앉아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몸도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요가가 하고 싶어졌다. 감사하게도 때마침 블로그 체험단으로 8회 무료 수업 기회가 생겼다.
출산 후 약 100일, 아직 통증도 심했고 마음도 많이 위축되어 있던 때였다. 처음으로 요가원에 갔던 날, 원장님께 내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허리 디스크, 드퀘르뱅 증후군, 무릎 연골 연화증, 발목 통증 등 많이 아파요. 그래도 요가 할 수 있을까요?" 원장님은 "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나에게 어려운 동작은 쉽고 안전하게 수정해 주겠다고 하셨다. 고수들이 많은 수업이었지만 나는 소외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방법은 다 있다는걸.
체험단 기간이 끝나고 고민 끝에 나는 3개월 등록을 했다. 사실 인터넷에 찾아봤을 땐 산후에 필라테스가 좋다는 글들이 많아서 망설였다. 그러나 요가 8회를 직접 경험해 보니 내 몸에 잘 맞았다. 물론 요가를 한다고 해서 기적처럼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찌뿌둥한 몸이 풀리고, 아기를 자주 안느라 굽었던 어깨와 등이 반듯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업이 끝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시원했다. 그래서 나는 내 컨디션에 맞춰 꾸준히 요가를 이어갔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동작의 80~90%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반대로 손목이나 허리 통증이 심한 날에는 동작을 거의 따라 하지 못하고, 억지로 흉내만 내다 온 날도 있다.
요가를 배운지 4, 5개월이 되었을 무렵부터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많아지니까 재미를 느꼈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나, 오늘 이거 했다!'라며 자랑하는 날도 있었다. 신기했다.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요가는 내 몸만 반듯하게 펴준 게 아니라 구겨져 있던 못난 내 마음까지도 펴주었다. '아드라 찬드라차파 아사나', '파리브리타 파르스바코나', '우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 '브륵샤 아사나', '우티타 트리 코나', '우르드바 프라사리타 에카파다', '가루다 아사나'. 이 동작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다. 반면에 '우르드바 다누라'와 같은 동작은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거의 하지 못한다. (아마 요령이 없어서 허리에 과도하게 힘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녁 타임에서 오전 타임으로 수업을 옮겼다. 햇빛이 환한 낮에 하는 요가도, 달빛이 어스름하게 내리는 밤에 하는 요가도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오전에 요가를 하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늘 쫓기는 마음이 들고 하루를 정신없이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수련을 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한다. 유리창 너머로 시원한 하늘을 바라보며 호흡을 정돈한다. 명상으로 마무리하면 어느새 쓸데없는 조급함은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진 듯하다. 반면에 늦은 밤에 요가를 하면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일상에 치여 생겨나는 복잡한 생각들과 불필요한 감정들을 정리한다. 수련 후 짧은 명상에 잠겨 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워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면 내 하루를 온전히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요가는 단순히 운동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육아와 집안일에서 잠시 벗어나 내 시간을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임신 전 즐기던 밤 드라이브처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밤바람을 맞으면 가슴이 뻥 뚫렸다.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요가를 중간에 두어 번 쉬었던 적도 있다. 체력이 조금 회복되자 달리기를 하고 싶어 무리했다가 그만 '척추 협착증'이 온 것이다. 세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었고, 거의 울다시피 원장님께 사실을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 척추 협착증이래요. 어제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아무래도 더 이상 요가는 못 다닐 것 같아요." 그러자 원장님께서는 몸이 아플수록 더 운동을 해야 한다며 나를 격려해 주셨다. 출산 후 몸에 근력이 많이 빠지고 지방이 많은 상태였기에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충분히 쉬고 다시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자고 하셨다. 급하지 않다며, 천천히 다시 시작하자고 위로해 주셨다. 그뿐 만이 아니다. 다 나은 줄 알았던 내 손목이 또 말썽을 부린 것이다. '드퀘르뱅 증후군', '방아쇠 수지 증후군' 진단으로 양손 모두 꼼짝없이 보호대 착용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지나며 나만의 원칙이 생겼다.
(1)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기
(2)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동작 취하기
(3) 어려운 동작은 선생님께 '수정 동작' 요청하기
(4) 운동 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 진료 보기
'그럴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원칙들 덕분에 나는 요가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지켰던 것은 아니다. 요가에 재미를 느꼈던 무렵부터 나는 점점 욕심이 났다. 더 잘하고 싶었고,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통증이 느껴져도 견디며 무리하게 요가를 하다가 결국 다시 정형외과 진료를 볼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난 후 유난히 허리가 아팠던 날,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가 있을 때 늘리는 건 안 좋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렇게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기준이 생긴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운동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이다. 같은 동작도 내 몸에 맞게 조정하면, 그것이 나의 운동이 된다. 요가는 완치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자세가 펴지고, 호흡이 깊어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작은 회복을 선물한다. 그 작은 회복이 쌓여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몸의 말을 들으며 매트 위에 선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요가는 내 몸(자세)과 마음(호흡)을 동시에 다독이는 나만의 운동이 되었다.
(*개인 경험 공유이며, 반드시 본인 상태에 맞춰 전문의·지도자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