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지브리파크에서
버스와 기차로 4시간 정도 이동 후 나고야로 돌아온다.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정말로 방이 작았다.
나고야의 밤을 즐기기 위해 사카에역 근처로 나갔다. 일단 회전초밥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오아시스 21에 올라가 나고야 tv타워의 야경을 감상한다.
오도리공원 일대는 핫플답게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일본 어느 도시든 있는 타워지만 나고야의 타워는 에펠탑과 유사하게 생겼다. 오아시스 21의 옥상은 물에 조명이 반사되어 더욱 예뻤다.
밤산책을 끝내고 2차로 이곳의 명물인 타바사키를 먹으러 갔다. 닭날개 튀김인데 다소 짭짤해서 맥주 안주로는 잘 어울렸다. 민속주점 분위기의 술집에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는 별로 없다.
도심 한가운데서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있노라니 이곳에 사는 사람이 된 듯하다. 딸아이는 음식 주문 정도는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나름대로 일본여행을 즐기는 눈치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서 9시에 오픈하는 나고야성으로 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이라고 한다. 공사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성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나고야의 날씨가 포근해 성 주변에는 매화가 피기 시작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아서 성주변과 정원을 오랫동안 산책했다.
아침 식사로 빵을 먹어서인지 출출해져서 라멘을 먹으러 갔다. 이치랑 라멘집이었는데 독서실 같은 개인 공간에서 주문한 라멘을 받아먹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지브리파크로 간다. 지브리로 가는 길에 타게 된 지상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본 풍경이 좋다. 지브리파크는 입장료를 내는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가족단위로 와서 돗자리 깔고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미리 구입한 스탠더드티켓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놀았다. 모든 핫플에는 줄이 길어서 조금 피곤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기 없는 곳 위주로 돌다가 마감 시간에 맞춰서 인기 장소에 갔더니 그나마 줄이 짧아서 해볼 만했다. 가장 줄이 길었던 가오나시와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모르는 영화가 많아서 감흥이 덜했지만 지브리 마니아에게는 무척 재미있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딸아이랑 나는 어젯밤에 ‘마루 및 아리에티’를 보고 와서인지 그쪽 코너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섬세한 미니어처가 경탄을 자아낸다. 이렇게 즐기는 게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하루 종일 걸린다는 말은 아마도 줄을 서는 시간이 많아서일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대략 난간함에 처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음식점이 대부분 예약이 차서 갈 수가 없었다. 아마도 주말 저녁이라 그런 것 같았다. 예약 안 한 것을 후회하며 어찌어찌 숙소 근처의 집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꼬치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잘생긴 주인장이 눈앞에서 꼬치를 구워주면 바로 앞 다찌에 앉아 먹는 구조였다. 꼬치구이를 오마카세로 시켰더니 모두 맛있어서 맥주를 두 잔이나 마셨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흥겨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는 사람들만 오는 맛집인 것 같았다. 여행 마지막 밤에 찾은 음식점이 너무 맘에 들어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딸아이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엄마 눈치도 살피면서 여행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나한테 이 여행은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5일이라는 기간 동안 딸과 딱 붙어서 지내면 갈등이 생길 법도 한데 좋은 감정으로 잘 지낸 것 같다. 떠나기 전에 마음먹었던 감탄을 많이 할 것은 잘 실천하지 못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어려운 거니까.
공항에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니 반갑다. 공항 식당에서 김치찜을 먹고 카페에 들러서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남편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다.
다시 딸과 이런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도 가까운 나라는 남편과 함께 자유여행을 시도해 봐야겠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게 참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과 가까워진 것 같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