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동화마을로 떠나는 일본여행(2)

딸과 함께 시라카와고에서

by 작은영웅


이제 버스를 타고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장소 시라카와고로 향한다. 3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에 둘러싸인 지형상의 특성으로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곳이다. 겨울의 폭설을 견딜 수 있도록 합장하는 손 모양으로 만들어진 지붕이 이색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고 특히 겨울에 눈으로 덮이면 마법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을 넘어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아름답다. 울창한 삼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는데 곰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시라카와고에는 가끔 곰이 출몰하기도 한다니 조금 겁이 났다.

마을에 도착해서 일단 숙소에 짐을 풀었다. 전통 가옥을 그대로 숙소로 쓰는 료칸이라서 시골 할머니집에 온 느낌이다. 가파른 계단을 딛고 올라가 2층 방에 안내받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눈과 지붕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정겹다. 화장실과 욕실이 공용이라서 아무래도 오늘은 가볍게 씻어야 할 것 같다.

6시로 저녁 식사를 예약하고 서둘러 동네 구경에 나섰다. 5시가 넘으면 어두워지고 가게들도 문을 다 닫는다고 하니 서둘러야 했다.

일단 먼저 최고의 스폿인 전망대로 향한다. 길이 조금 미끄럽긴 했지만 셔틀을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은 눈이 오진 않지만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쌓여있어서 기대했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를 사람들이 밟지 않게 해 두어서 하얀 눈 풍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었으면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논밭의 풍경이 순백으로 빛나고 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실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 중에 대부분은 버스투어를 온 사람들이어서 저녁에는 한가해질 것 같아 오랫동안 머물렀더니 몸이 점점 추워진다. 비슷한 풍경을 수없이 찍어대는 딸을 이끌고 내려온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올라오고 싶다는 딸에게 곰이 출몰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준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핫플인 세 쌍둥이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도보로 3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꽤 먼 곳이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가니 마을 끝에 위치해 있었다. 어두워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분주하게 사진을 씻고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뛰 다시피 숙소로 돌아왔다.

일층 식당에 차려진 저녁 식사는 멋진 일본 가정식이었다. 정체 모를 음식들이 꽤 있었지만 다 먹을만했다.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 숙소가 저녁과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는 곳이라 아침 식사도 기대된다. 딸아이랑 각각의 음식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밥을 먹는데 우리 말고 다른 테이블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일본인이었는데 아마도 일본의 식사 법도가 그렇지 않은가 싶다.

방으로 돌아오니 역시나 외풍이 장난 아니다. 석유난로가 방에 있는데 석유 냄새가 나고 앞에 있으면 뜨겁긴 한데 전체적인 방안 공기가 차서 앉아 있으면 추웠다. 결국 욕실에서 몸을 담그기로 하고 공용 욕실에서 몸을 담갔다. 아마도 우리가 처음 사용인 듯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니 드디어 얼었던 몸이 풀려서 나른해졌다.

방안에 들어오니 이부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행히 전기장판이 있어서 좋았다. 그 상태 그대로 이불속에서 잠이 들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밤이 문제였다. 난로가 2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통해 밤에 자다가 여러 번 일어나서 난로를 켜야 했다. 난로가 켜질 때 석유 냄새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숙소인걸 보면 아마도 식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방안 공기가 차서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씻고 준비를 마친 후 7시에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지 않은 훌륭한 식사였다. 밥 한 공기를 남김없이 먹었다. 밤에 외풍이 있어서 추운 것 빼고는 완벽한 숙소였다. 좀 더 따뜻한 계절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짐을 꾸려 일찍 집을 나섰다. 첫 버스를 타고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전에 마을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버스 터미널 락커에 짐을 맡기고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든 딸은 걸음걸음 탄성을 자아내면서 사진을 찍는다. 멀리 보이는 설산의 풍경이 북유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느린 걸음으로 다니다 보니 전망대에는 이미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고 있다.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끝에서 끝까지 30분도 안 걸리는 작은 마을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와서 열광하는 것을 보면 이곳이 매력덩어리인 건 분명하다. 얼마 전에 삿포로에 다녀온 딸아이는 여기가 훨씬 멋지고 좋다고 여러 번 강조를 한다.

시라카와고를 떠나는 버스를 타기 전에 카페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곳이 많지 않았는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아늑한 분위기여서 좋았다. 드립으로 내린 커피가 맛있었고 모닝세트에 곁들이 팥은 직접 삶아서 달지 않고 팥알이 살아 있어서 너무 맘에 들었다.

아침 산책으로 벌써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언 몸을 녹이니 버스를 타는 동안 졸음이 밀려왔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딸아이, 살며시 손을 잡아준다. 엄마를 즐겁게 해 주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