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단둘이 떠나는 힐링 여행

영종도로 호캉스 가기

by 작은영웅

오늘은 나의 잦은 여행으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위로하기 위해 영종도로 호캉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매번 집을 비워도 군소리 한번 안 하는 남편이라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늘 자리 잡고 있던 차 남편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금요일 저녁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로 간다. 5시에 남편이 땡퇴근을 하면 같이 영종도로 출발한다. 바닷가 카페에 도착해서 환상적인 낙조를 보고,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한다. 대략 이런 일정이었다.

하지만 세상 일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남편은 늦게 나왔고 결국 5시 반에 출발하는 바람에 바닷가 낙조는 포기해야만 했다. 마음에 분노가 올라왔으나 남편을 위한 여행이라서 잘 참아냈다. 더구나 인천대교를 건너가는데 멀리 하늘이 보이는데 미세머지로 인해 흐린 하늘이라 마음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맨날 보는 낙조인데 왜 이렇게 연연해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영종도에 도착하자 일단 식당에 갔다. 미리 찜해둔 곳이었는데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은 건강한 맛이 좋았다. 골동반(비빔밥)이 중심 메뉴인 집이다. 비빔밥보다 먼저 나오는 전채 요리가 다채롭게 나와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한옥 건물을 개조한 실내 인테리어도 음식에 잘 어울려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외진 곳에 있는 곳임에도 홀은 가득 차 있었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친절함이 인상적이다.


겨울이라서 밥 먹고 나오니 벌써 캄캄하다. 우리가 가는 호텔은 영종하얏트호텔이다. 10년째 단골손님으로 이 호텔을 애용하고 있다. 호텔 뷔페가 유명해서 특별한 날 음식을 먹으러 몇 번 방문하다가 지금은 멤버십 회원이 된 호텔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나니 주전부리할 게 없었다. 밖이 몹시 추운 날씨였지만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근처 편의점을 검색하니 파라다이스호텔 내부에 cu가 있었다. 칼바람을 맞으면서 파라다이스로 갔다.

호텔이 넓어서 따뜻한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의외로 내부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흥겨운 파티 분위기가 난다. 플라자 광장에서는 춤공연도 펼쳐지고 있었다.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을 구경한다. 단지 편의점을 찾아왔을 뿐인데 뜻밖에 공연까지 보게 되니 신이 난다. 남편 손을 잡고 엉덩이춤을 살살 춰 본다.

광장 푸드트럭에는 가볍게 맥주 한 잔 할만한 곳이 있었으나 날이 추워서인지 당기지는 앉는다. 다음에 여름에 오면 공연을 보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같다.

검색을 해서 겨우겨우 편의점을 찾아가니 편의점 앞에 원더박스 건물은 찬란한 레이저쇼가 한창이다. 계속 구경하고 싶었으나 칼바람이 불어서 편의점으로 급히 들어간다. 세상에 호텔 편의점이 인산인해다. 비싼 호텔에서 투숙하면서 음식은 편의점에서 사서 먹나 보다. 아무튼 우리도 맥주 두 캔을 사서 돌아왔다. 조용한 하얏트에서 투숙하면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밤문화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텔에 와서 과자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데 술을 안 마시는 남편은 따뜻한 국화차를 마신다. 맥주 한 잔에 기분이 좋아 재잘거리는 나를 두고 남편은 회사일이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결국 남편은 잠들고 나는 호텔 창밖에 공항뷰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도 듣고 책도 보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가끔은 이런 낯선 곳에서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구나 생각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영장도 가고 헬스장도 가고 사우나도 하고 나서 조식을 먹으러 가자고 간밤에 얘기했으나 우리는 늦게까지 푹 잤다.

일어나자마자 마감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조식부터 먹어야 했다. 다채로운 음식과 다양한 외국어 소리 속에 있으니 흡사 해외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아서 좋다.

느긋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10시 30분 마감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끔 해외여행이 그리울 때 여기 오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객실로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1시로 연장하고, 원래 계획한 일정을 진행하기로 한다. 먼저 헬스장에서 20분 걷기를 한고 수영장으로 간다. 난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수영하는 남편 옆에서 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배가 금세 꺼진다. 마지막으로 사우나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심신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다. 몸도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삶이 주는 피로가 턱까지 차오를 때 가끔 이런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 구멍 난 양말도 버리지 못하게 할 만큼 알뜰한 남편이 호텔 회원만은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열심히 살아가는 나에게 이 정도의 선물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