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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Feb 17. 2024

내 여행의 시작점


어린 시절, 나에게 여행이란 단어는 남의 것이었다. 우리 가족에겐 여행을 즐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 가족 여행은 물론 소풍이나 외식도 없었다. “안 그러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너희 5남매 어떻게 대학까지 가겠냐?”하는 엄마의 외침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은 방학하면 내가 살던 대전에서 가까운 대천 해수욕장이나 신탄진으로 물놀이를 가고 시골에도 다녀왔다.


나에게도 엄마 손을 잡고 서울까지 가는 기차를 탔던 기억은 있다. 여행이라기보다 막내였던 내가 어리니 별수 없이 따라갔을 것이다. 기차 창밖에 흘러가는 전봇대를 하나씩 세고 앞에 보이는 산이 녹색이 아니고 황토색이었던 것이 생각난다. 학교에 입학하여 그림을 그릴 때 산을 초록으로 칠해야 하는 것이 이상했다. 세상에 거짓말하는 것 같았다. 망설이다 어느 날은 고동색을 칠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를 가기 전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지평선과 수평선은 내 상상 속에 머물렀다. 내가 살았던 대전과 서울은 도시였고 바다는 멀었다. 


대학을 가자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캠핑하며 설악산을 넘었고 축제파트너를 구하는 수고를 하는 대신 친구와 여행계획을 짜 남해안을 돌았다. 여름방학에는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에 올랐다. 이때부터 나는 지나간 사건을 떠올리거나 기억하려면 여행의 추억과 연도를 줄 긋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에 대한 본격적인 기록은 2019년부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서 여행 기사를 발표했다. 기사를 쓰기 시작하니 여행 시간이 배가되었다. 하루를 다녀와도 거의 일주일 이상 여행 기분을 느꼈다. 여행지의 자료를 찾으며 배우고 상기하고, 사진을 보며 감탄사와 함께 추억하고, 차분히 여행 당시의 분위기와 황홀감에 빠져들면서 글을 썼다. 


이곳에 발표하는 글은 대부분 오마이뉴스에 발표한 여행 기사를 여행수필 형식으로 살짝 수정한 것들이다. 나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여행에서 느낀 감상은 여행수필로 이곳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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