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AI

입사한 지 1년 된 사원이 쓴 AI 시대의 행동전략

by 테오

AI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추상적인 기술로 다가오던 AI가, 이제는 로보틱스와 결합되면서 실체를 가지고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할 것이다. '내 직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가', 더 구체적으로는 '나는 대체될 것인가?' 그리고 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서의 대체가능성과 행동지침을 이번 글에서 논의해 볼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대체된다는 건 기술을 적용하는 주체가 변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LLM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코드를 작성하는 주체가 옮겨가고 있다. 인간은 자연어로 지침을 제공하면 LLM 혹은 LLM과 연동되는 소프트웨어(AI Coding Tools)가 대신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다.


실제로 나는 사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코드를 직접 한 줄도 작성하지 않는 날도 많다. 기능 요구사항, 수정사항을 모두 자연어 지침으로 제공하고 나는 검토할 뿐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장기적으로 기술의 적용 주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지금부터는 경험 기반의 주관성 100%로 작성한 지침이자 기록이니, 참고용으로만 읽길 바란다.


1. AI의 능력이 내 개인의 능력은 아니다


AI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도구에 집착하면 매몰되기 쉽다. 보다 정확히는, 우리의 능력이 퇴화한다. 도구가 나의 지적 능력을 흡수한다.


가령 수제 가구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수제처럼 보이는 가구를 찍어낼 수 있는 기계'를 들여온 덕분에 생산성은 200% 증가했다. 직원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제 가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장인이 아니어도 된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이 가구들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며, 자신을 '마이스터'라고 소개한다.


과연 그건 내 능력일까? 생산성이 증가했다는 지표를 나의 능력과 관련한 지표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공장에서 버튼만 누르는 '마이스터'보다 가구 하나를 한 달 동안 만드는 '진짜 마이스터'가 되어야 한다.


2.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다


모든 게 발전하더라도 사람만은 남는다. 사람마저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가 멸망한 디스토피아일 확률이 높으므로, 그 경우는 고려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제어 가능한 범위에서 AI가 얼마나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남는다는 사실은 보장할 수 있다. 공장의 노동자들? 개발자들? 택시 운전자? '역할'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사람'은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기술적 관점에서 더 큰 차원으로, 즉 사람과 프로덕트의 차원으로 시야를 옮겨야 한다. '나는 이런 기술을 할 줄 알고, 이것도 다뤄봤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개발자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사람이 되기보단,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봤고, 몇 명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어'로 소개하는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3. 기반 학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기반 학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심리학, 경영학, 철학을 배우는 편이 낫다. 이는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관점에서도 유효하지만, AI가 하나의 사람의 역할로서 자리 잡게 된다면 그 AI를 다루는 데에도 기반 학문이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명료하게 말하면, '인간 전문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개념'을 아는 건 유효하다. 다만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AI의 몫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갑자기 서버에 문제가 생겨 웹사이트가 마비됐다고 해보자. 중요한 건 '어떤 지점이 문제일지'와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힘이지, '구체적인 파라미터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아직 AI가 수행할 수 없는 거시적 영역이어서 반박의 여지는 충분하나, 장기적으로도 그러한 반박의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LLM이 우리 삶에 녹아든 지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입사 후 지난 1년 간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기에 입사한 터라, 관련한 고민이 늘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철칙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장기적으로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를 조직에 맡기는 게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보기엔 거만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역할은 내가 되고, 나는 역할에만 맞는 사람이 되어 역할과 함께 대체되어 버린다. 그러니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이다. 고민과 사유는 언제나 내게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