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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자 까 Oct 11. 2023

영원한 나

거울 없이 스스로 자신을 볼 수 없는 나는.

거울 없이 스스로 자신을 볼 수 없는 나는, 어쩌면 그만큼 객관적이고 영원한 존재.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세상을 배웠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노력으로 되지 않는 관계와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 노력하지 않아도 올 것은 자연스레 온다는 것, 대부분 처음 느껴지는 촉은 그간 쌓아왔던 삶의 데이터라는 것, 이 세상에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것,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는 것, 때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도 난다는 것을.


 


끝없이 변해가는 세상. 과거 미움받았던 것들이 어떤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현재 칭송받기도 하는 기이한 세상 일.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도 복이라고, 각자가 가진 감각 자본과 취향이 인정받을 수 있는 알맞은 때에 살아가는 것도 참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생각함.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많이 아파했던 과거의 나를 한때는 연민을 갖고 바라보았으나, 지금은 이겨낸 나를 한없이 기특하게 여길뿐이다. 참 생각해 보면, 세상과 나 자신과 싸워 이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싸워 이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자신을 신뢰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언가'와 싸우는 도구는 '나'이기에 도구인 자신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며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은 변한다. 자연도 계절마다 모양새가 다르다.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천양희 시인의 말처럼, 사람의 관계도 기분도 마음도 수십 번 변한다. 다만, 변하지 않는 건 글이다. 또 나 자신이다. 물론 내 마음도 하루에 수십 번 변하기는 하나, 변하는 그 과정 또한 '나'이기에 '나라는 사실'은 변한 게 없다는 말이다. 나와 글이 만나 차근차근 나를 다듬고 쌓아간다. 쌓아가는 과정이 마냥 쉽진 않다. 내가 나를 모를 때가 많고, 내가 나를 부정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애써 외면하며 불편한 감정을 저 깊이 나조차도 다시는 꺼내볼 수 없도록 감춰두기도 하며,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어떤 게 나인지 매번 헷갈려 몸부림치기도 한다. 과거 받은 상처로 인해 소중한 이들을 멀리하기도 했으며, 점점 겁이 많아지지만 그와 동시에 신중해지기도 하며, 한 가지 감정을 수년에 걸쳐 깨닫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분명 계속 변하고 있다. 어쩌면 타인보다도, 자연보다도 가장 많이 변하는 건 나인 것 같다. 하지만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가장 신뢰하고 안정을 느끼는 쉼터는 내 내면이라 여긴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내면 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범고래가 외치는 자유와 매일 갈망하며 벅벅 새겨둔 영원한 사랑, 어느새 새싹이 자라 꽃을 맺은 평안함이 어여쁘기도 하며, 아직도 나를 아프게 하는 기억의 연기까지 가득한 내 내면. 하지만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변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거울 없이는 볼 수 없는 내 표정과,


영원히 알 수 없는 내 진짜 목소리.



사실은 나보다 타인이 더 잘 아는 내 습관과,


그럼에도 내 습관을 가장 이해하는 나.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나를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무언가를 존재한다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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