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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ipick Jan 24. 2024

#1. 두 번째 휴직이다.

나도 좀 숨 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2023년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깊고 진한 가을 하늘


찐하고 깊은 파란색의 가을 하늘을 이렇게 고개를 들어 바라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너무 깊고 높아 계속 바라보고 있자면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도 잠시 든다. 가을을 온전히,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가을처럼 색색이 물든 단풍잎을 딸과 함께 산책하며 주워보기도 하고, 따갑고 강렬한 햇살을 느끼며 가을 하늘을 사진으로 담아보기도 한다. 이렇게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 나는 지금 휴직중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을 두 번씩 겪고, 이제 2년간의 두 번째 육아휴직이 끝나간다.    




2018년이 되자마자 나는 첫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임용공부 1년, 이어서 바로 교사로서 직장생활 8년을 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2018년에 첫째 아이의 첫 번째 육아휴직을 했다. 간절히 휴식이 필요했다. 교사이기에 방학이라는 기간이 있긴 했지만 휴직을 하며 느끼는 일상은 기분이 달랐다. 남들 다 출근할 때 집에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너무 신나기도 하고 신기하였다. 평일 오전에 카페나 쇼핑몰을 가보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느긋한 일상을 즐겼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주변 자연물들, 길거리의 간판들을 천천히 살펴보기도 하였다. 일할 땐 정신없이 흐르던 시간이 이렇게 여유가 있으니 영화나 드라마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첫 육아를 하며 나의 1년 반간의 첫 번째 육아 휴직은 끝이 났다. 교사는 공무원이기에 한 아이 당 3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지만 통장의 돈이 바닥나고 있으니 그 기간을 온전히 다 사용할 수는 없었다.   


눈물로 시작한 워킹맘의 현실     


복직을 하고 워킹맘으로 2년 반을 지냈다.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은 좀 매웠다. 눈물로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아이가 아직 두 돌도 안 되어 감기 등으로 자주 아팠고,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병원에서 밤새 아이를 간호하며 지키고 있다가 병원에서 씻고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바통 터치를 하고나서야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픈 아기를 두고 일을 하러 가는 슬픔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친정 부모님도 시시때때로 동원이 되어야 하며 누구의 도움이 없이 하는 것은 참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로 ‘현실’ 그 자체였다.           


둘째 임신과 두 번째 휴직     


복직 후 2년 정도가 흐르고 기다리던 둘째를 임신하였다. 둘째를 임신 중이었을 땐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여서 마스크를 끼고 학교생활을 하여 숨이 차고 힘들었다. 게다가 담임을 맡았던 학급이 사건사고가 적지 않아 아주 지친 마음과 몸으로 퇴근을 하였다. 그냥 얼른 출산하고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렬하였고, 힘든 기다림 끝에 두 번째 육아휴직을 시작하게 되었다.      

2년 반의 워킹맘의 생활로 몹시 지친 나는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면 ‘그냥 누워서 숨만 쉴 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아이가 둘인데 누워서 숨만 쉰다는 생각은 태어난 신생아 아기가 바로 걸어 다니는 일의 확률과 비슷했지라...     


그래도 휴직을 하며 지쳤던 학교생활을 쉬니 마음은 좀 편해졌다. 골치 아픈 학생들의 사건사고는 없었으니 말이다. 둘째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1년간은 거의 집에서 육아를 하며 보냈다. 슬슬 이 생활에도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나란 나약한 인간은 육아를 너무나도 힘겨워했다. 그리고 살기위해 나만의 시간이 너무도 절실해졌다. 갑자기 육아 빼고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어느새 나의 손가락은 집근처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휴직을 하는 기간 동안은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육아하고 싶었는데, ‘복직을 하려면 아이도 어린이집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라는 핑계로 돌이 갓 지난 3월, 새학기부터 집에서 제일 가까운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도 좀 숨 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마음속에서는 계속 두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아이가 어린 지금 이 시기 2, 3년 정도만 좀 참으면 되지 않냐’는 마음과 ‘나는 지금 당장 너무 지쳐 살수가 없다’는 마음과의 싸움이다. 결국엔 두 번째 마음이 이긴 것이다.           

정말 다행이도 아이는 단 한 번의 울음도 없이 어린이집 생활에 너무 즐거워하며 적응을 해주었다. 나와 집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재미가 없었던걸까. 어린이집에서 찍어 보내주는 사진 속 아기의 모습은 함박웃음 그 자체!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나의 죄책감은 좀 누그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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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시기는 아주 잠깐!

아기와 나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곧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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