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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라이프의 빛과 옅은 그림자

by 김현석

요즘의 내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자발적아싸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 것 같아서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가는 생활패턴이 되었다.

더불어 최근에는 커피도 멀리하고 금주 수준의 섭생을 실천하고 있다 보니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이런 연유로 올해 송년모임들도 대단위규모는 모두 불참하고 소박한 지인모임 두어 개 정도만 할 생각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청년시절부터 40대까지는 인싸의 삶을 추구하며 다수의 사람들과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기적인 교류를 할 때 왠지 사회적 안전망을 갖은것 같고 삶의 유희를 추구하는데 시너지가 돼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긴 하다.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인간들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들이 선명해지고 더불어 자체적인 정신적 세계에서의 충족감이 더욱 비중 있고 중요하게 느껴지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들의 슴슴함이 평화로운 기분으로 치환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기저에는 나의 심미적인 정서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상의 대부분의 사물이나 사람들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마인드가 강한 편인데 특히 사람에겐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면 극소수의 성격장애를 갖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 공감하며 비슷한 정서를 공유할 것 같은데 의외로 영악한 마음을 들키며 자기중심적 사고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이런 이상적인 사고가 좋은 것만은 아닌가 라는 의구심의 게이지가 점점 상승하게 되는 것이 내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레 조정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 드는 생각은 내가 감성적인 부분이 많은 것은 분명 장점이며 건축이나 가구, 영화등 여러 분야에 심취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고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는데도 미적 감각 같은 것이 내 분야의 지평을 넓혀주는 요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평균적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는 결점이 될 수도 있고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와 행동을 엄격하게 평가하며 스스로 타인에게 높은 허들을 세워놓고 실망감을 갖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볼 때가 자주 있다.


얼마 전에도 유튜브에 나온 고시원에서 함께 힘겹지만 부성애와 효심으로 서로를 아껴주며 살고 있는 부녀의 오래전 휴먼다큐에 감정이입이 되어 눈시울을 적시다 점심식사자리에서 마주 앉은 아내와 딸에게 이 감동적인 서사를 얘기하려는데 순간 울컥하며 오열 수준의 상황에 가족들의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감성들이 무뎌지고 내성이 생길 줄 알았는데 점점 더 힘겹지만 살갑게 사는 서사나 억울한 상황에서도 초연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나 힘겨워 삶의 끈을 놓고 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나와 일면식은 없어도 감정이입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오열 수준의 감정이 자주 일어나는 내 모습에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민망하고 불편한 상황이 자주 생긴다.


이런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겐 풍성한 감정교류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삶의 풍미를 더할지 모르지만 다수의 건조하고 현실적인 이해관계에만 집중하려는 사람들에겐 교류의 확장이 어려워 불편한 만남을 서로 자제하게 되는 것 같다.


젊은 시절엔 정서적 불편감이 많아도 왠지 사회적 그룹에 들어가 있어야 될 것 같고 교류하는 친구가 많은 것이 사회성도 좋아 보이고 능력자같이 보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진정한 자기를 알아가고 내적으로 평온한 상황에 자신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삶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을 잘 돌봐주고 싶은 연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인생에도 자신만의 이정표가 있나 보다 젊은 시절에 이런 마음가짐이었으면 아마도 출가를 했을 것이다.

시절마다 적절한 라이프스타일이 있어서 건강하게 삶의 여정을 가려면 자신의 시기에 걸맞은 역동성과 절제미의 조화가 중요한 것 같다.


이젠 절제미의 묘미를 알게 되는 경지에 오른 것 같아 인간관계의 돈독함을 위한 역동성이 낯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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