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연약한 방어에 대해
어떤 날은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이 삐걱거린다.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작게 시작한 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린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변명을 찾는다.
비가 와서 그랬을 거야.
오늘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거지.
누군가 조금만 도와줬다면 달랐을 텐데.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을 뿐이야.
마치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붙잡은 구명보트처럼,
나는 변명이라는 보호막을 겹겹이 둘러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비난으로부터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지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가끔,
그런 나를 바라보는 순간 숨이 막힌다.
모든 책임이 결국 내 안에 있음을 알면서도,
끝없이 뻗어 나가는 변명의 가지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어쩌면
내가 가장 미워하는 내 모습은
바로 이런 순간일지도 모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책의 칼날이
서늘하게 번져오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아주 조용히 깨닫게 된다.
그 변명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가 만들어 낸
나약하지만 순수한 보호막이었다는 것을.
완벽하지 못한 나를 하루아침에 받아들이기엔
아직 마음이
그만큼 자라지 못했다는 신호였다는 것을.
모든 잘못을 온전히 껴안기엔
내 어깨가 아직은 조금 버거운가 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변명으로 자신을 지키려 애쓰는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조용히 멈춰 서서
내 안의 작은 목소리를 토닥이며 말해본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더 솔직해지고,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으니까.
결국 나의 변명도,
그 안에 숨어 있던 부끄러움도,
그리고 용서하려는 마음도—
모두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했던
하나의 작은 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