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일기] 1. 진단
가슴이 두근거렸다. 회사 간판이 뚜렷이 보일때즈음부터는 누군가 내 가슴 위에서 펄쩍 펄쩍 뛰어대는 기분이었다.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눌러본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무실은 다행히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물을 한모금 마신다. 토할것 같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배고픔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토할것 같다라는 느낌뿐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메세지를 확인하면서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고 큰숨이 나온다. 분명 할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앞선다. 해내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시작하기 힘들 것이라는 강박이 덮친다.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출근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즐거워 보인다. 그들의 세상은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직원들뿐만이 아니다. 출근길에서 마주하는 커피를 들고 수다를 나누며 걷는 직장인들, 퇴근길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든 이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있는것 같다. 나와는 아주 다른 세상에 말이다.
언젠가는 나도 저사람들 중 한사람이었음은 분명한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곧 무너져내릴 것 같은 낡고 습기찬 싸구려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에 겨우 기대서 숨쉬고 있는 기분이니까.
그 어둡고 습한 그늘을 한발짝만 나가면 눈이 부시도록 맑고 밝은 햇살 아래 사람들이 부서지도록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밤새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일어났을 때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정도로 땀을 흘렸던 그 날, 병원에서 나는 두시간 가까이를 울었고, 의사는 우울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항우울제를 처방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