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난생처음 홀로 떠난 교환학생
https://youtu.be/LXNwz8AauVM
베가스 여행을 다녀왔다. 세상에서 제일 여유로운 듯한 샌디에고에서 지낸 시간이 꽤 되어서 그런지, 베가스가 그렇게 요란할 수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호텔, 카지노, 온 천지에 넘쳐나는 네온사인까지.
인간이 자본이 있으면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이런 문명 - 건강하지 않아도 어쨌든 - 을 건설한 인간들이 충격적이게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고에 제한이 없구나 이 사람들은. 에펠탑, 베네치아 곤돌라, 피라미드 모두를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구나. 생각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소름끼치게 거대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베가스 여행의 두번째 날은 그랜드 캐년 투어였다. 어제는 인간이 만든 거대한 것들을 목격했다면, 오늘은 자연이 만든 거대함이다. 역시 인간이 만든 것에 비해 거부감이 적었고, 웅장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위에 인간들이 만든 것들, 위험한 요소들을 모두 없애고 인간들이 그 안에 들어온 모습은 다시 인간의 잔혹한 영리함을 목격하게 했다. 그 자연 역시 인간들이 향유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했다. 여기서도 그랬다. 나 역시 인간인데, 나는 이 사람들에 비해 작은 생각에 갇혀 있었구나.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난 굉장히 한정적인 사람이었구나. 작은 사고에서만 살아도 2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게 억울했고, 슬펐다. 더 크게 생각해야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지.
오랜만에 연락이 온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것 치고는 짧고, 조용한 메세지였다. 링크만 있는 글이었으므로.
그가 보내준 내용은 스냅챗에서 인턴을 구하는 공고였다. 구글에서 조금 찾아본 후, 빈칸들을 몇 개 채워넣었다. Resume도 작성했다. 아이디어 제안서를 끼워 넣었다. 이 아이디어가 좋은지 어쩐지는 모른다. 그냥 생각 난 대로 적었다. 2시간 정도 걸려서 지원서를 제출해 버렸다. 제출하고 나니, 괜히 기대가 된다. 내가 그 엄청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그 어지러운 LA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도달하니 베가스에서 느낀 것들이 기억이 났다. 나 역시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생각의 힘만 키운다면 할 수 있다는 걸. 베가스에서의 배움을 2일도 채 안되서 잊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내가 일할 수 없다는 - 그렇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고 작다는 - 생각으로 내가 나를 막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잊을 차례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시간이 되어야 하나보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일련의 경험들이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