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심리학

by 맘울타리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면 '동기심리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됩니다.

'동기심리학'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동기심리학을 공부하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와 같은 물음을 해결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를 하게 되죠.

그렇습니다. 동기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에 주로 관심을 둔 학문입니다. 동기심리학에서는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는 방법, 동기를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최근 저는 1년이라는 꽤 긴 시간동안 휴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닌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가져본 장기간의 휴식이었네요.

처음 쉴때는 이렇게 지내도 되는지 걱정이 되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쉬기 시작한지 3개월이 되면서 저는 큰 변화를 한 가지 느꼈습니다. 바로 제가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내게 주어진 일들을 완수하기에만 급급했고, 스스로를 늘 수동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단 3개월 만의 휴식으로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일들을 하나씩 능동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죠.

첫 번째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도 엄두에 나지 않았습니다. 해야할 일들이 산재되어 있는 가운데 일기쓰기는 하나의 사치로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생겼으니 잘하든 못하든 일단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죠.

두 번째로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랫 동안 일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독서 외에 순수한 재미를 위한 독서가 없어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과는 상관 없어도 순전히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을 골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 두 권 재미를 붙이며 읽어 나가기 시작하다보니 "그래, 내가 어렸을 땐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에서 손을 놓았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 번째는 번역하고 싶은 책을 찾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번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긴 했는데, 막상 어떻게 시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알아보지 않았더라구요. 여기 저기서 자료를 수집하고, 사례를 찾아보다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거절을 당하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지금은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네요.


어떻게 3개월의 휴식만으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조지 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의 William S. Helton 교수는 우리가 인지적 노력의 요구되는 일을 할 때 뇌가 점점 소모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심적 연료 (Mental Fuel)'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피로감이 쌓이는 것인지, 뇌에 찌꺼기가 쌓이는 것인지, 혹은 실행 기능이 손상되는 것인지 아직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심적 연료가 고갈되면 우리는 번-아웃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휴식은 이러한 심적 연료를 채우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3개월 간의 휴식을 통해서 저는 그 동안 고갈되었던 심적 연료가 충분히 채워졌고, 그 덕분에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갈 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습관의 힘이 중요하고, 미라클 모닝을 동경하며,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하고,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만연한 이 시대에 휴식과 쉼의 중요성을 한 번 새겨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