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하프위크 - 그녀는 돌아가지 않는다
OTT 서비스에서 제공 중인 《나인 하프 위크》(Nine 1/2 Weeks, 1986).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라는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는 그 시절 감각의 정점이었다. 그런데 다시 본 이 영화는 단지 자극적인 관능을 넘어, 시대의 분위기와 여성의 시선을 담은 슬픈 러브스토리로 다가왔다.
얼굴 천재, 감정의 지옥을 걷다
미키 루크는 정말 얼굴 천재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섬세하고도 치명적인 외모. 그리고 킴 베이싱어. 단순히 섹시한 배우가 아니라, ‘관능이란 무엇인가’를 그 표정 하나로 증명해 냈다. 이 영화가 개봉된 1986년, 여성의 성적 주체성이 영화 속에서 온전히 다뤄지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킴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했다. 끌려가는 사랑이지만, 그 안에 있는 슬픔과 자각이 무겁다.
냉장고와 비 오는 거리, 명장면의 향연
이 영화는 몇몇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냉장고 앞에서 벌어지는 유혹의 장면(너무나 유명한 장면), 비 오는 날 뉴욕 거리에서 뛰는 장면, 옥상 위에서의 정사신… 이 모든 장면은 촬영과 조명, 음악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슬로 관능'의 진수다. 특히 “Slave to Love”가 흐르는 장면에서 두 남녀가 뉴욕 거리를 뛰어가는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음악은 관능을 고급스럽게 만든다.
지배와 복종의 경계, 그리고 이탈
줄거리는 단순하다. 미키 루크가 연기한 존은 변태적 성향의 남자이고, 킴 베이싱어가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이 관계가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다. 그리고 떠난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처럼, 그녀는 마지막에 당당히 걸어 나간다. 얼굴도, 외모도, 사랑도 완벽해 보였던 남자를 향해 “당신 아웃이야”를 외치는 듯한 퇴장이다.
천박하지 않은 관능, 슬픔이 깃든 연출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관능’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천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잘만 킹과 아드리안 라인의 연출은 관능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말하고, 여성의 자각과 이별의 미학을 그린다. 미키 루크는 마지막에 혼자 중얼거린다. “그녀는 돌아올 거야.”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녀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떠오른다. 《투 문 정션》의 셰릴린 펜이 반지를 끼고 손가락을 쳐다보던 마지막. 혹은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가 말하던 “당신 아웃이야.” 이 모든 순간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자, 자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86년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실내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던 시대, 여성이 아직도 대상화되던 시대. 하지만 이 영화의 킴 베이싱어는 그 모든 한계를 뚫고, 자신의 감정과 몸, 그리고 자유를 선택한다.
‘관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극이 아니라, 자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음악. “Slave to Love”는 이 영화의 모든 감정을 집약한 명곡이다.
토요일 밤, 나는 또 하나의 감정을 복리처럼 쌓는다. 관능은 그렇게 기억되고, 다시 태어난다.
�당신이 기억하는 《나인 하프 위크》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혹은 관능을 느꼈던 영화의 한 순간은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감정은, 나눌수록 깊어지니까요.
이미지 출처: 창작 일러스트 (비상업적 감성 콘텐츠용/AI 기반 연필 드로잉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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