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라는 이름은 이제 영화의 한 장르로 통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만든 영화는 그의 디자인을 입은 형체와 문양들로 가득하다. 판의 미로는 그가 연출, 각본, 제작을 동시에 맡은 영화라 그의 스타일링이 영화 전체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1940년대 스페인 내전이 끝날 무렵의 배경이 차갑고 어둡게 화면을 메우고 있다. 그 냉혹한 시대를 위태롭게 살았던 한 소녀가 현실과 판타지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데, 마치 두 세계를 강력 접착제로 붙여 놓은 듯 불안정한 틈이 전혀 없다. 파시스트의 잔혹성에 쫓기는 현실과 지하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괴한 크리처들과 맞닥뜨리는 미로의 형태가 자못 비슷한 공포를 안고 있다. 양쪽 모두 소녀에게 쉬운 쪽은 없으나 끝까지 완주하여 엔딩에 와닿았을 때, 현실과 판타지의 결말은 완전히 달랐다. 이 세상의 양면성을 감독은 이렇게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그의 팬이 되었다. 당시 영화 포스터와 홍보문구에 낚여 가족용 판타지물인 줄 알고 가족친지들과 단체 관림을 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모두의 원성을 영화를 고른 자(나)가 감당해야 했다. 결론은 나만 즐긴 영화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