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처치 / 사운드트랙
배우든 배경이든 치장이 없던 게 이 드라마를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 그 심정은 어떤 것일까
드라마는 마지막에 무거운 충격을 안겨주며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운드트랙 때문에 이후 어느 날 나는 아이슬란드로 가게 된다.
Mercury Records by Ólafur Arnalds
Track 4. The Final Chapter
2017
내게 아이슬란드 음악의 시작은 배우 최강희의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에서였다. 그녀의 에세이를 통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시규어 로스(Sigur Rós)라는 섬적인 언어의 표현으로 만든 자연의 소리를 접했다. 음악에 귀가 멀어버린 어느 날의 일이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음악을 많이 듣다 보면 그 음악이 가진 본질이나 열정을 잃고서 오만한 감성에 귀가 멀어버린다. 그저 아주 사소한 나라는 인간이 겪는 폭풍우 같은 것이었다. 그들의 음성에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정도의 풍경이 들렸다. 그렇게 아이슬란드 소리를 찾다가 Ólafur Arnalds의 음악을 만났다. 브로드처치에서 그가 작업한 곡들은 무겁고 웅장하다. 질적으로 차가운 감각이 그 무게만큼 가슴으로 크게 들어왔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오래된 영화관이라는 뜻을 가진 Gamla Bíó 에서 Kiasmos의 그 겨울 마지막 투어 일정이 있었다. Kiasmos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Ólafur Arnalds와 페로 제도 출신의 Janus Rasmussen이 2009년에 결성한 실험적인 미니멀리즘 프로젝트 듀오인데 지금까지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눈보라가 오고 가던 어느 날 오랜 세월이 드러나는 이 극장 옆에 숙소를 잡고 그 공연을 보러 갔다.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로 가득한 어느 마을의 기분 좋은 모임에 몰래 들어온 이방인이 되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으로 두 사람이 각자 자연스럽게 들어와 말을 섞고 나와 어깨가 닿을 거리로 오자 순간 인사를 건넬 뻔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커다란 문이 무겁게 열리며 의자가 없는 스테이지가 드러났다. 관객들은 그저 편하게 손에 든 맥주를 마시며 메인 플로어에 서서 자리 잡았고 나는 어깨 높이에 자리한 무대 앞에서 그들의 공연을 말 그대로 눈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다들 엄청나게 즐기고 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