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간에서 나의 시스템으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메커니즘 안에서 냉정하게 회사원인 나를 정의하자면, 나는 '나의 시간을 팔아 돈을 사는 사람'이다. 경영자는 나의 하루 중 가장 찬란한 8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 그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모으고 조직화해, 내가 결코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거대한 효율을 창출하고 더 큰 부를 거머쥔다.
월급쟁이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내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가상각된다. 40대 후반, 회사가 요구하는 효용 가치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 우리는 필연적으로 쫓겨나는 구조에 서 있다.
우리가 번 돈으로 근사한 옷을 사고 최신 가전제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역설적이게도 그 물건을 만든 다른 이에게 월급을 주는 행위이다. 나의 시간을 팔아 얻은 귀한 대가를 다시 타인의 시스템을 비옥하게 하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이 '시간의 매매'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 시작은 철저하게 소비를 유보하고 씨드 머니를 만드는 것이다.
복리는 자산의 크기에 비례해 가속도가 붙는다. 1,000만 원의 10%는 고작 100만 원이지만, 10억 원의 10%는 1억 원이다. 자산이 스스로 불어나는 속도가 나의 근로소득을 추월하는 그 '임계점'이 바로 1억 원이다.
현재의 자산 성장 추세라면 1억 원은 5년 뒤 2억이 되고, 10년 뒤 4억, 20년 뒤에는 16억이 된다. 만약 25년 전 누군가 1억 원을 미국 시장에 묻어두었다면, 지금쯤 32억 원이라는 거대한 성을 쌓았을 것이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진실은 단 하나다. "첫 1억까지는 고통스럽게 모으되, 그 이후부터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혹자는 말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하지만 이 격언은 자산을 지키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부자가 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수익과 손실이 서로를 갉아먹어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승자독식의 원리를 믿기로 했다. 전 세계 60억 개의 기업 중 가장 돈을 잘 버는 상위 500개 기업, 즉 S&P 500에 내 자산을 맡기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25위권에서 고군분투할 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인들은 한국의 코스피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낸다.
ETF라는 시스템은 경이롭다. 시가총액이나 기업의 매출에 따라 알아서 종목을 갈아치워 준다. 내가 일일이 공부하지 않아도, 언제나 세계 최고의 기업들로 내 바구니를 채워준다. 최근 100년 평균 수익률 10.2%, 배당까지 재투자한다면 그 복리의 마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워렌 버핏은 말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이제 타인에게 월급을 주는 소비자가 아닌,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주주가 되기로 했다. 월급쟁이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자유로 가는 문이 열린다.
첫 1억을 향한 고독한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미래가 오더라도, 나는 내가 심어놓은 미국 경제의 거대한 엔진 곁에서 평온하게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차가운 출근길을 견디며 지키고자 하는 단 하나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