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vs 패시브 ETF

유행을 좇는 액티브 ETF vs 본질을 담는 패시브 ETF

by HK

개인연금저축, IRP, 퇴직연금 계좌를 열고 본격적으로 ETF 투자를 시작하려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증권사 앱의 ETF 리스트에는 마치 전광판처럼 화려한 수익률을 자랑하는 다양한 ETF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반도체나 AI, 로봇 등 다양한 섹터들의 화려하고 신선한 조합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루해 보이는 미국 지수 투자 대신, 당장 눈에 띄는 저런 상품들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화려한 이름에 숨겨진 함정


한국의 대표 산업인 ‘조·방·원(조선, 방산, 원자력)’이나 AI 같은 특정 테마를 앞세운 액티브 ETF들이 정말 많다. 단기간에 시장 수익률을 압도할 것 같은 화려한 수익률 그래프와 섹시한 테마는 우리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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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그 열차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만 뒤처질 것 같은 공포(FOMO)마저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글로벌 다이어트 치료제나 차세대 AI 붐으로 여겨지는 전력, 핵융합, 데이터센터 같은 분야들은 반드시 지금 투자해 놓아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한다. 화려한 이름 뒤에는 치명적인 함정들이 숨어 있다.


수수료, 복리의 마법을 갉아먹는 쥐


액티브 ETF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수수료’다. 운용역이 직접 종목을 고르고 매매를 자주 하기 때문에,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보다 운용 보수가 월등히 높다. 패시브 ETF 대비 약 10배에서 50배까지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몇 퍼센트 차이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개인연금, 퇴직연금처럼 20년, 30년을 굴리는 장기 투자에서 이 차이는 복리의 마법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나는 시장에 수익을 내려고 들어왔는데, 정작 돈을 버는 것은 내 자산을 굴려준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겨가는 자산운용사뿐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액티브 ETF가 1%의 보수를 가져가고 지수추종 패시브 ETF가 0.05%의 보수를 가져간다고 가정해 보자. 숫자만 보면 겨우 0.95%의 차이다. 하지만 이 차이가 20년, 30년 누적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연금 계좌에 1억 원을 넣고 30년간 운용, 수익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0.05%의 보수를 떼는 패시브 ETF 투자자는 1%의 보수를 떼는 액티브 투자자보다 은퇴 시점에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의 돈을 더 손에 쥐게 된다.


자산운용사는 당신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도 매년 꼬박꼬박 1%의 수수료는 챙겨간다. 결국 액티브 ETF를 산다는 것은, 불확실한 초과 수익을 기대하며 확정적인 손실(높은 보수)을 매달 지불하는 것과 같다.



유행은 짧고, 노후는 길다


테마형 액티브 ETF는 유행에 민감하다. 특정 산업이 뜨거울 때는 자금이 몰리지만, 트렌드가 바뀌거나 인기가 시들어지면 거래량은 마르고 수익률은 곤두박질친다. 유행이 지나면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슬그머니 바꾸거나, 심한 경우 상장 폐지 절차를 밟기도 한다. 내 노후를 책임질 소중한 자산을 언제 꺼질지 모르는 일시적인 불꽃에 저당 잡히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다. 퇴직연금 계좌는 '운 좋게 한탕'을 노리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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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차전지 열풍을 떠올려보자.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간다’는 확신에 찬 뉴스에 휩쓸려 2차전지 액티브 ETF와 관련 테마주에 올라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26년 현재까지도, 당시의 고점에서 물려 여전히 손실 구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업황의 변화라는 파도가 닥쳤을 때, 특정 섹터에 몰빵한 액티브 ETF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시장의 지수(Index)는 등락을 거듭하며 결국 우상향의 궤적을 그렸지만, 한때의 유행에 베팅했던 이들은 그 기나긴 상승장의 기회비용까지 고스란히 날린 채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어 고통받고 있다.


유행은 한순간이지만, 당신의 퇴직금은 당신의 평생을 책임져야 할 실존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시장의 평균은 누구도 쉽게 이기지 못한다


통계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액티브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여도,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지수(패시브)를 이기는 펀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액티브의 성과는 결국 시장 평균으로 수렴하거나, 높은 수수료 탓에 지수 수익률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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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함에 있다.


단기적인 트렌드나 자극적인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성장에 베팅하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방법은 지수 투자다.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자체에 올라타는 패시브 전략이야말로 당신의 퇴직연금을 가장 안전하고 강력하게 불려줄 유일한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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