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의미를 얻는가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하고,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욕망은 삶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면서도 동시에 아직 닿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 낸다. 삶은 이러한 닿지 않은 지점을 향해 나아가며 언젠가 다다르기를 갈망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다다르고자 하는 그곳이 정말 다다를 수 있는 곳일까, 아니면 단지 우리가 계속 향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하나의 이정표에 불과한가.
다다름은 흔히 성취의 정점으로 이해되지만, 실은 세계의 닫힘일 수 있다. 지리산을 향해 오를 때 우리는 그 산의 정상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 다다르는 순간 지리산의 정상은 보이지 않게 되고 더 이상 우리 앞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오르고자 했던 정상은 다다름으로 인해 대상의 부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다다름은 완성이라기보다 대상의 부재를 드러내는 순간이며 가능성의 닫힘이 된다.
이러한 다다름이 만들어내는 닫힘 속에서 우리는 이내 결핍을 느낀다. 그 결핍은 또 다른 곳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을 부르고, 세상은 우리를 끝없이 다다르고자 하는 욕망 가운데 사로잡히게 만든다. 목표의 달성을 향한 욕망은 어느새 삶의 본질을 가리는 안개가 되고 향함의 과정은 점점 사라진다. 우리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앞서 도달하는가에 몰두한 나머지, 삶의 여백은 어느새 계획과 성취로 메워지고 그 틈 사이로 향함의 숨결은 희미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다다름만 좇는 여정의 끝은 무엇인가. 결국 그 끝에는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문턱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은 언제나 일과 과제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일을 맞이하고 또 그것을 해결하려 애쓴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이내 다른 일이 다가오며, 온 힘을 다해 과제를 해결하고 안도하는 순간 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일은 내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 나는 수없이 흔들리며 다다름에 이르지 못해 좌절한다.
다다름만을 바라볼 때 향함은 그저 다다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때 나의 시선을 다다름에서 향함으로 옮길 수 있다면, 삶은 내가 통제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향함이라는 삶의 과정 속에서 나의 존재가 이루어지는 의미로 바뀌게 된다. 시선의 초점을 목표 달성에서 삶의 과정 그 자체로 옮길 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삶 속의 과제들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나의 삶을 실현시키는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다다름을 단순한 종착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그것을 목적이라 부르지만 실은 향함의 방향을 잡아 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다. 그 등대가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 다다름이 없다면 향함은 의미를 잃고 향함이 없다면 다다름은 존재할 수 없다. 두 개념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며, 다다름은 끝이 아니라 향함을 불러내는 존재이고 향함을 유지하게 하는 존재다.
✨ 우리는 다다름의 등대를 바라보며 여전히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향함의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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