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측정이 아닌 이해로

by 진인철


우리는 확실성을 원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덜 불안할 것 같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계획이 선다면 삶이 좀 더 나아질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더 작게 쪼개고,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자연과 사람, 감정과 관계까지 측정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고, 통제할 수 있다는 건 마침내 이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약속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그런 확실성의 틀 속에서 순응하지 않는다. 측정하고 정의하는 순간, 살아 있는 것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납작해진다. 수치로 환원된 감정은 삶의 복잡하고 미묘한 울림을 담아내지 못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수록, 삶의 감각을 점점 더 놓치고, 통제력을 높일수록 오히려 존재는 통제 밖의 것처럼 느껴진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채집인이었던 인간이 '밀'이라는 식물을 발견하고 정착한 사건을 단순한 진보가 아닌 결정적인 전환으로 본다. 그는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밀에게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불확실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인간은 예측 가능한 작물에 기대어 정착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음식을 얻게 되었지만, 더 많은 노동과 구조적 불평등, 그리고 자유의 축소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확실성은 얻었지만, 삶은 더 단단한 틀 속에 갇혔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 원리를 통해 말한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측정하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게 되고, 자연은 근본적으로 확정된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가능성과 유동성의 지평 위에 놓여 있다고. 이 물리학적 통찰은 동시에 인간 실존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존재이며,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또한 언제나 불완전한 시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그렇게 이해받고 싶어 한다. 그 갈망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증거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든 것을 예측하려 하고, 감정을 정의하려 하며, 관계를 분석하려 한다. 그러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은 언제나 측정 불가능한 영역에 놓여 있다. 사람의 마음, 기억의 결, 손끝에 남은 체온, 말과 말 사이의 침묵, 응시의 길이, 그것들이 품고 있는 뜻은 어떤 그래프에도 담기지 않는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정확히 들으려 할수록, 그 속삭임을 놓치게 된다. 흐린 하늘은 반드시 비를 예고하지 않고, 같은 계절을 반복하는 나무는 해마다 다른 빛깔로 잎을 흔든다. 우리는 그 변화의 리듬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고정된 패턴으로 붙잡으려 한다.


불확실성은 무지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에 우리가 여전히 선택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으며,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삶은 단단히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생성되고, 흘러가고, 다시 열리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삶을 측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그 생생함을 잃는 일이 된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것 속에서 안전함을 얻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것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삶은 우리를 통제의 세계로 유혹하지만, 실은 늘 이해의 세계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고유한 진실을 품고 있다. 측정은 멈춤이지만, 이해는 만남이며, 이해는 움직이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다. 우리는 언어로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존재들이고, 불확실성은 우리가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은 측정할 수 없기에 더 깊고,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아름답다고. 불확실성은 삶의 결핍이 아니라, 그것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표지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며, 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


✨ 불확실성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는 마음, 그 마음이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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