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돔이 아니다〉 – 일상의 틈에서 만난 생각들

프롤로그

by 진인철

어릴 적 나는 세상을 엉뚱하게 보았다.
하늘은 왜 무섭도록 높기만 한 걸까? 사람은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 왜 하나로 보일까? 거울 속의 나는 왜 진짜 나처럼 행동하면서도, 절대 내게 말을 걸지 않을까?
아무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만 엉뚱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질문은 내게서 멈추어지지 않았다. 교과서의 내용들은 명확했고 정답이 있었지만, 내 궁금함은 정답이란 걸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한 질문들은 어느덧 의식의 아래편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대학교 1학년 어느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내 얼굴에 얹힌 안경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엉뚱한 상상이 다시 찾아왔다.
‘이 렌즈에 색을 칠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까?’
‘그렇다면 지금도, 내가 보는 세계는 내가 쓴 안경 때문이 아닐까?’


그 사소한 상상은 나를 멈춰 세웠다. 내가 믿어왔던 것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심지어 ‘진짜’라고 확신했던 세계마저도 어쩌면 내가 가진 인식의 틀 안에 갇힌 그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후로 나는 더 많은 엉뚱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빨간색이 다른 사람에겐 파란색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소리는 귀로 듣는 걸까, 마음으로 듣는 걸까?
시간은 정말 앞으로만 흐르는 걸까?
내가 오늘 느끼는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사람들은 그런 나의 생각을 가끔 ‘쓸데없는 상상’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들 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순간들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오래 묵혀 놓았던 엉뚱한 질문들을 풀어놓는 데서 시작되었다.
하나하나의 질문은 작고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진짜라고 믿고 있는지,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내가 느끼는 세계는 정말 ‘진짜’일까?
내가 믿고 있는 나는 정말 ‘진짜 나’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삶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고,
조금 더 깊이 듣게 되며,
조금 더 넓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어릴 적 나는 세상을 엉뚱하게 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그 엉뚱함이, 세상을 조금 더 진지하게 사랑하게 만드는 방식은 아닐까?


✨ 이 글은 출간 예정 도서 《하늘은 돔이 아니다 – 일상의 틈에서 만난 생각들》의 프롤로그입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문득 스쳐간 질문들,그 엉뚱함 속에서 시작된 사유의 조각들을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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