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 <직장상사 길들이기> 리뷰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진짜 몇 년 만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입니다. 레이미 아저씨 아직 안죽었네요. 이건 감다살도 아니고 그냥 회춘한 수준입니다
'대' 스트리밍과 대형 IP시대에서도 오리지널 각본으로 몸통박치기를 해버리는 애티튜드에서 한 번, 그리고 이토록 통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결과물에서 두 번 감탄했습니다. 감히 <스파이더맨 2> 이후 최고작이라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잊을만 하면 '나야, 레이미' 하면서 시그니처 연출을 시도 때도 없이 갈겨버리는데 이게 너무 맛도리란 말이죠. 샘 레이미가 비록 '거장'이란 칭호를 받을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데뷔 45년차에도 본인 색깔 가득한 시그니처 요리를 이렇게 맛깔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이미 경지에 오른 '마스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색으로 점철하며 자기애를 과시한게 아닌, 탄탄한 각본을 토대로 기본기에 충실한 상태에서 본인의 시그니처 샷들을 남발하면서 극의 퀄리티를 상당히 높여줍니다. 퀄리티라기보단 극적인 요소로써 아주 잘 기능한다고 해야 겠네요.
아 참고로 음악이 무려 대니 엘프만입니다. 1989년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가위손> 등 팀 버튼과 많이 작업했지만 샘 레이미와도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로 인연을 맺은 바 있습니다. 처음 크레딧에서 보고 블록버스터 작품도 아닌데 너무 오버스펙이 아닌가 싶었지만, 엘프만의 음악이 극의 톤을 잡는데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습니다. 지금까지 맥아담스의 배역들 중 가장 추한 모습이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요. 본인도 이 배역을 통해 어느 정도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딜런 역시 꼴통 연기를 제대로 해내며 그간 애매했던 필모에 좋은 작품 하나 추가시켰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이네요.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딱 두 개입니다. 대사에서 전해지듯 "다정함을 나약함 혹은 약점으로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 "구조대는 오지 않으니 결국 내 살 길은 내가 찾자" 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을 소재로 삼아 남성중심 사회를 비꼬면서 젠더 이슈를 부각시키기 보단, 사람 대 사람으로써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주제 의식으로 귀결시키는 방식을 통해 더 많은 관객층들을 만족시키는 영리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되는데요.
다음 주에 신작들이 쏟아지는 관계로 금방 내려갈 듯 하니, 하루빨리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적극 추천드리면서 물러가보겠습니다. 곰 크루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