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힘 풀리게 하는 올해의 영화

클로이 자오 <햄넷> 리뷰

by 곰크루즈


제목에서 연상되듯 <햄넷>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전설적인 희곡 ‘햄릿’의 탄생기이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셰익스피어 가족의 상실과 고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여 빈 틈을 채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 우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클로이 자오가 원망스럽습니다. 이렇게나 관객들을 처참히 무너뜨리다니...


꽉 찬 극장에서 조인성마냥 입에 주먹을 욱여넣고 끅끅대며 울 뻔한걸 겨우 참았는데,관람한지 2주가 지났음에도 영화 후반부만 생각하면 아직도 코 끝이 찡 합니다.

클로이 자오 치고 연출이 꽤나 극적인 편입니다. 소위 말해 끊어 치는 스윙보단 시원한 풀 스윙을 때리는데 그 풀 스윙에 온 몸을 두들겨 맞는 기분이랄까요. 한 번 몸을 맡기면 헤어나올 수 없는 굉장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완벽하게 휘어잡는데에 성공합니다.

단순히 만듦새를 논하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영화 이상의 어떤 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햄넷>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히 한 가족의 상실을 응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그 고통을 견디고 받아들이며, 끝내 예술로 승화해 진정한 작별에 이르는 과정을 어떤 초월적인 의식으로써 그려냈다는 점에서 감히 비교불가의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그리고 해당 장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데(감동을 위해 어떤 곡인지 밝히지 않겠습니다),


꽤 많은 작품들에서 쓰인 곡임에도 전혀 식상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정선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데에 성공합니다. 해당 음악이 쓰인 여러 작품들 가운데 <햄넷>의 바로 ‘그 순간’ 이 최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BAFTA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제시 버클리

연초부터 이미 제시 버클리의 오스카 수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긴 하나, 막상 직접 목격하고 나니 다른 후보들에게 너무 불공평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벌한 연기를 펼칩니다.


앞으로 새로운 한 세대를 이끌어갈 여배우라고 확신할 수 있으며 바로 다음달 개봉 예정인 <브라이드!>도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됩니다.

폴 메스칼의 연기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오스카 노미 불발은 단순히 대선배들을 위해 양보한 것이라는

합리화를 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펼칩니다. 앞날이 너무 창창한 배우이기에 언제든지 또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기에 부부의 자녀들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까지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완벽하게 사로잡습니다. 아이들의 연기력이 극에 몰입도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어린 '햄넷'과 무대 위 '햄릿'을 연기하는 어린 두 배우가 실제 형제입니다(노아 주프 & 자코비 주프). 역시 연기 DNA는 따로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작년 <F1 더 무비> 만큼이나 극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햄릿' 에 대한 배경 지식따윈 필요 없습니다. 제시 버클리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장담합니다.

올해 오스카에서 원배틀과 씨너스에 가장 필적할만한 대항마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 2월 25일 정식으로 개봉하는 <햄넷>! 극장으로 곧장 달려가셔서 이 아름다운 작품을 온 몸으로 경험하시길 추천, 아니 부탁, 아니 '강요'드리는 바입니다.


이상 곰 크루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