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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빼꼼무비 Jun 22. 2023

<더 플래시> 리뷰(스포)

이게 최선입니까?

나쁘지 않은 시도였지만 개봉 전후의 열기에 비하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1. 레슨이 없는 배리

토마토 캔 하나 카트에 넣은걸로 두시간 내내 그 사단을 내놓고 마지막에 또 토마토 캔을 위로 옮길 생각을 했다는 것이 참...어머니와의 그런 감동적인 시퀀스 직후에 또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는게 얘가 진짜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히어로가 성장을 하고 성숙해져야 하는데 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허탈했달까요. "모든 것엔 정답이 없고 어떤 것들은 있는 그대로 놓아주어야 한다"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대단한 깨우침을 얻는 듯 했지만 결국엔 또 시간선을 엉키게 하고 말았죠. 그럼에도 클루니 형님은 반갑긴 했습니다. 




2. 무의미한 카메오  

원더우먼은 앞으로 영화 내줄지도 모르면서 왜 자꾸 나와서 팬들 희망 고문만 하고 이상한 대사만 치는 소모성 카메오가 됐는지  모르겠고, 후반부에 닉 케이지나 리브스 슈퍼맨, 아담 웨스트는 괜히 나와서 멀뚱멀뚱 서서 먼발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큰 문제는 갤 가돗과 테무에라 모리슨(토마스 커리), 조지 클루니 외에는 모두 CG로 집어넣은 카메오라는 점입니다. 애초에 사람 얼굴을 아예 컴퓨터로 만들면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션 캡처를 하거나 딥 페이크를 하지 않는 이상 아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죠. 다른건 몰라도 케서방 정도는 실제로 연기를 하게 했어야 합니다. 실제 배우가 아니라는 이질감이 드는 순간 감흥이 아예 사라집니다.

CG 퀄리티가 나쁘다고 하기엔 애초에 크로노스피어 자체가 판타지스러운 가상의 공간이라 실제 배우들을 넣을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CG로 전부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 같은데, 게임 그래픽처럼 구현한 연출방식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실상 모든 카메오들이 메인 플롯이나 주인공의 서사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 무분별한 팬서비스와 이스터에그를 위한 단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배우들을 굳이 되살려내서 움직임을 표현하는게 진정 이들을 위한 예우가 맞나 싶습니다. 




3. 슈퍼솔져걸

조스 위던의 슈퍼맨에 이어 슈퍼걸까지 이렇게 캐릭터를 조져(?)놓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워너/DC는 슈퍼맨과 슈퍼걸을 그냥 크립토니언에 대적하기 위한 비밀 병기로써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몇번을 죽이고 살리면서 윈터솔져마냥 위협의 존재였다가 다시 히어로의 곁에서 싸우는 의미없는 리뎀션을 계속 하는데, 버키와 달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카라-엘이 조드가 인간을 죽이는 장면 딱 하나를 보고 갑자기 인간을 돕기로 입장을 바꾸는 장면은 너무나 터무니 없고 편리합니다. 크립토니언은 평화와 희망의 종족이다라는 대사 하나 만으로는 불충분하게 느껴집니다.

칼-엘처럼 지구인들과 동화돼서 지구를 집처럼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 막 감금됐다 자유를 되찾은 입장이라면 충분히 고향 사람을 지지할 수도 있을건데 말이죠. 계속해서 크립토니언들을 다루는 데에 너무나 미숙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렇기에 왜 DCEU 최고작이 <맨오브 스틸>(2013)이 될 수밖에 없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4. 멀티버스 대잔치

참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정말 비슷한 플롯을 띠고 있습니다. 근데 웃기게도 그 결론이 정반대입니다. 스포일러라 더 얘기할순 없으나, 상당히 흡사한 플롯에 주인공들이 대처하는 바가 아예 대척점에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품이 주는 메세지도 아주 상반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버스의 결말에 훨씬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각본의 퀄리티나 비주얼, 멀티버스를 다루는 방식, 카메오를 다루는 방식, 각종 액션, 캐릭터를 다루는 능력 등등 많은 부분에서 스파이더버스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스파이더버스를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플래시를 더 칭찬했을 수도 있겠으나, 비슷한 플롯 구조를 띠고 있는 플래시와 비교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실망이 더 컸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역시 배트맨입니다. 사과형이 치는 대사들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대사이며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준주연급의 비중으로 플래시보다 더 멋있게 연출되었습니다. 초반 고속도로 시퀀스나 러시아 시퀀스, 그리고 배트윙 액션 모두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배트맨V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후 가장 멋진 배트맨의 맨몸 액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학개그가 꽤 있습니다. 항상 조롱받았던 플래시의 우스꽝스런 뛰는 자세를 민간인 배리가 재현하는 장면, 배트맨의 고무 카울을 쓰고 옆을 못보는 불편함을 비꼬는 장면 등 셀프디스가 상당히 재치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조지 클루니의 카메오 그 자체도 굉장한 셀프디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C의 가장 치부 또는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는, 배우 본인으로써도 후회한다고 언급한 적 있을 정도로 모두가 차마 커버를 칠 수가 없는 <배트맨과 로빈>(1997)이었으니깐요. 

마지막으로 플래시의 오리진 스토리는 빅 스크린에서 실사화된 적이 없었기에 어느정도 관객에게 탄생의 기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상당한 팬층을 자랑하는 무려 9시즌에 달하는 CW 드라마가 이미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지루했을 수도 있는 부분을 현재의 배리가 과거의 배리를 통해 그 날의 장면을 재현하면서 훨씬 신선하고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연출은 상당히 영리했다고 생각됩니다. 

많이들 언급하시는 CG는 사실 DC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이미 떨어진 상태라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딱 평균 워너/DC의 수준이었고 극의 몰입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습니다. 3막을 CG로 떡칠하는건 이제 워너/DC의 전통이 된 듯 한데,앞서 말씀드렸듯 크로노스피어라는 공간의 특성상 넘어가줄만 했습니다. 


초반 베이비샤워 장면도 연출의 기발함에 감탄하느라 아기들이 얼마나 진짜같은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칼로리 섭취 정도에 따라 주변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연출은 탁월했던 것 같고, 뱃플렉의 하이웨이 체이스 시퀀스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액션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1막이 2막과 3막보다 더 박진감 넘쳤던 것 같네요. 




7. 결론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단점이 꽤 도드라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톰크루즈가 정말 영화가 좋아서 칭찬을 했는지, 아님 극장에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라서 그냥 립서비스를 날렸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에즈라 밀러의 말도 안되는 범죄 행위들로 인한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밀러를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게끔 하고, 교체 전 이사진이 플래시로 계속 기용을 할지말지 "고민"을 할 정도로 이 영화가 잘 뽑혔나라고 물으시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의 연기력이 탁월하긴 했지만 다시는 공식 석상에서 봐서는 안될 인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스오피스 성적이 <더 배트맨>(2022)를 뛰어 넘으면 속편이 제작되고 에즈라 밀러도 돌아올 것이라 하는데, 개인적으로 스토리상으로나 워너DC의 이미지 때문에라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인 것 같습니다. 

제임스건이 그토록 하고싶었던 세계관 리부트를 하기엔 적합한 작품같고, 무시에티를 <배트맨: 더 브레이드 앤 더 볼드>의 감독으로 선택 한 것도 상당히 잘 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2025년 <슈퍼맨: 레거시>가 잘 뽑혀서 DC의 빅 스크린 황금기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애매한 감상때문에 두 타임 연속 관람을 했음에도 상당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DCEU 작품 중에는 단연 상위권에 속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더우먼>이나 <맨 오브 스틸>보다는 뒤쳐지는, 단점도 장점도 확실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많은 분들께서 만족하신 작품이 나왔다는건 좋은 일이지만, 그런 호평 행렬에 동의할 수 없는 점이 상당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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