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우리 집 냉장고에는 맥주 세 개가 있다
나와 맥주
오늘 열어본 냉장고에는 맥주가 두 캔 남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 집 냉장고에 맥주가 있다니... 나는 대단한 술꾼이었나? 대단하다는 형용사는 기준이 없다. 다만 나는 10년 가까이 매일, 심하게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술꾼들에게 있는 루틴이 있었다. 그건 그날의 술은 그날 산다는 것이다. 해방일지의 구 씨처럼 나는 매일 그날의 맥주를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산책하듯 사러 나갔다. 딱 그 날것만 샀고, 그날 다 마셨다. 마치 내일 내가 세상에 없으면 남긴 맥주 때문에 눈을 못 감을 사람처럼 맥주를 냉장고에 남기지 않았다. 물론 더 사지도 않았다. 아무리 많이 사도 몽땅 마셔 버릴 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맥주를 매일 마셔도 우리 집 냉장고에 맥주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아무리 가격 차이가 나도 이마트에서 맥주를 사지는 않았다. 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1600m를 마시고 지금은 암투병 중인 동생과 나는 매일 만나 산책을 했다. 그리고 그날의 산책 끝에 동생은 1600m 피쳐를, 나는 330m 캔 세 개를 샀다. 동생은 1600m 초록색 테라 피쳐를 안고 가며
"이건 트로피 같아. 하루를 잘 살아낸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그런 거야."
그때가 우리의 전성기였을까? 동생은 유방암으로 더 이상 그 트로피를 받지 못한다. 나는 왜 술을 안 마시게 되었을까?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없듯 한 방울도 마시지 않게 된 이유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