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중심이 '수단'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새로운 관점
내비게이션이 경로 안내를 마칠 때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진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주차장을 찾고, 다시 주차할 자리를 찾은 뒤, 끝내 주차를 마치면 차에서 내려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야 비로소 이동은 끝이 납니다. 그래도 요즘 내비게이션은 특정 게이트나 주차장 입구까지는 안내합니다. 하지만 하차 이후의 이동은 여전히 안내되지 않습니다. 결국 건물 안 이정표를 참고하여 헤매다가 진짜 나의 목적지를 겨우 찾는 것이 부지기수죠.
경로 안내 기술은 놀라울 만큼 발전해 왔고 지금도 계속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이 더 정확해진 게 대표적인 포인트죠. 하지만 하차 후 목적지에 이르기까지의 이동은 늘 그 범위 밖에 있었습니다. 하차 이후의 이동은 기술이나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 어쩜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 ‘이동의 공백’을 오랫동안 ‘익숙한 불편함’으로 그냥 겪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이동의 공백을 메워 하나의 이동으로 봐야 하는 관점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동안의 경로 안내는 이동 수단을 기준으로 나누어 다뤄져 왔습니다.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걸음(보행)은 걸음대로 각각의 경로 안내가 발전해 왔습니다. 이동 수단과 환경(도로와 같은)이 다른 만큼 각각의 경로 안내 기술은 저마다 최적화되며 정교해졌습니다. 하지만 차량에서 걸음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 흐름(공백)을 자연스럽게 잇는 구조는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공백이 기술적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술도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요.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하차 이후의 이동은 오랫동안 개인의 몫으로 받아져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근 들어 이러한 한계를 넘어 이동 수단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이동의 과정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관점이 주목 바독 있습니다. 끊어진 이동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이 개념이 바로 MaaS-Bridge입니다.
MaaS-Bridge는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이나 거창한 연구 가설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비워져 있던 ‘이동의 공백’을 처음으로 설계 대상으로 끌어 올린 관점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이동 기술이 더 빠른 길, 그 효율적인 길에 초점을 두어 연구해왔다면 MaaS-Bridge는 이동의 공백, 즉 하차 후 다시 걷기 시작하는 순간까지도 전체 이동으로 바라보는 거죠.
흥미로운 점은 이 관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Travel & Tourism 부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하며 이동 경험을 다루는 새로운 접근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시 현장에서도 MaaS-Bridge는 이제야 다뤄지기 시작한 문제를 정리해 준 개념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차량은 여기까지 데려다주는데, 그 다음은 늘 애매하다”, “도착했다고는 하는데, 이동이 끝났다고 느껴지진 않는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여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논의의 초점도 기술 구현보다도 하차 후의 이동을 어디까지 함께 안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을 서비스가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MaaS-Bridge는 이런 질문들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개념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MaaS-Bridge가 말하는 ‘이동의 공백’은 정확히 어디에 있을까요? 앞서 반복하여 이야기 한 ‘하차 후의 보행’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동이 끊기는 순간입니다. MaaS-Bridge는 이 공백을 ‘서비스가 이어야 하는 구간’으로 다시 보고 사람 입장에서 이동이 실제로 완료되는 지점을 기준으로 흐름을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MaaS-Bridge가 연결하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 길 안내’와 ‘보행 길 안내’ 두 개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동의 공백입니다. 이를 조금 더 쪼개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차량이 멈추는 지점과 사람이 시작해야 하는 지점의 공백입니다. 차량이 멈추는 위치는 대개 차가 서기 좋은 지점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지, 차가 잠시 정차하기 안전한지가 우선이죠. 하지만 사람이 이동을 시작하기에 좋은 위치는 또 다릅니다. 내려서 바로 보행로로 이어지는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되는지, 돌아가지 않고 목적지로 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이 차이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목적지 근처에서 내려주면 그 다음은 사람이 알아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죠. MaaS-Bridge는 이 지점을 이동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이동이 새로 시작되는 지점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둘째, ‘주차’라는 중간 단계에서 생기는 공백입니다. 주차는 이동 과정에서 가장 애매한 포인트입니다. 주차가 완료되어야 비로소 차량 이동이 끝났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대체로 주차해야 하는 순간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환경은 바뀌지만 안내는 대부분 멈춥니다. 특히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는 GPS 정확도도 떨어지기도 하죠. 주차장 입구까지의 안내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어디에 세울지, 주차한 후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또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죠. MaaS-Bridge는 주차를 이동에서 제되되어야 하는 순간이 아닌, 차량 이동에서 보행 이동으로 넘어가는 전환 구간으로 바라봅니다. 이 전환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두 번째 공백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셋째, 보행 이후의 ‘실제 도착’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동선입니다. 사람이 도착했다고 느끼는 지점은 건물 앞이나 출입구보다도 본인이 가려던 정확한 장소입니다.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는 어느 출입구로 가야 하고, 또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서 몇 층에 가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와 같은 선택지가 남아 있습니다. 초행길에서의 이 선택지는 대충 눈치로 해결하곤 하죠. 이 구간 역시 MaaS-Bridge는 이동으로 봅니다. 별도의 실내 문제로 떼어내지 않죠. 보행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이동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사람이 “도착했다”고 느끼는 순간까지를 이동의 범위로 포함시킵니다.
지금 이 포스트의 이 지점까지 도착한 독자분들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겁니다. ‘왜 이제서야 이동의 공백을 설계의 대상으로 두는 걸까?’와 같이 말이죠. 새롭게 등장한 불편함도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겪어온 익숙한 불편함을 왜 이제서야 다루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대체로 우리가 겪는 사소한 불편함(누군가에겐 사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이 더 편리해졌을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 이동의 공백도 마찬가지죠. 이동 기술은 수준급으로 발전해왔고, 우리의 일상에도 반영되어 더 편리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효율적인 경로를 찾고 도착 시간을 예측하는 기술도 거의 마스터했으니 이제 이동 기술은 ‘언제, 그리고 어떤 순간에 도착했다고 느끼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죠. 이는 이동의 중심이 수단이 아닌 이동하는 ‘사람’에게로 분명하게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모빌리티 환경의 변화도 영향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실내·외 공간 데이터처럼 이동을 둘러싼 기술과 정보가 더 촘촘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이들을 연결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정보와 기술이 충분히 쌓였기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근처에 내려줬으니 충분하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웠다면 이제는 ‘왜 여기서부터 내가 다시 알아서 해야 하는 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제 이런 불편함은 단순하고 당연히 개인이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동 기술과 서비스가 어디까지 이어져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전환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바로 이동의 공백을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 없게 만든 배경이기도 합니다.
Maas-Bridge는 이 멘트를 우리가 언제 들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개념입니다. 이동을 끝내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 이 개념의 출발점이죠. 차가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사람이 도착했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이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것, 그 관점에서 MaaS-Bridge는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