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스스로를 혼돈론자(Chaotician)로 분류합니다. 혼돈론자는 1997년, <쥬라기 공원>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단어로, 극 중 카오스 이론을 연구하는 이안 말콤 박사가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합니다. 말콤 박사는 새틀러 박사의 손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그 경로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엄지 쪽으로 흘러내렸지만 그다음에는 손등 쪽으로 흘러내리죠. 이는, 손에 분포한 근육과 정맥의 배치가 조금씩 바뀌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혼돈(카오스)입니다.
혼돈(Chaos)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인간 사회는 질서를 선(善) 한 것으로, 혼돈을 악(惡) 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돈된 상태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분류를 통해 정보량을 줄이기 위한 본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돈의 부정적인 어감은 영화나 소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흔히 사이코패스나 예측할 수 없는 범죄자를 혼돈이라고 칭합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가 대표적입니다. 즉, 인문학적 의미의 혼돈은 정돈되지 않고, 불쾌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혼돈은 수학적인 의미의 혼돈입니다. 사실, 수학적인 정의가 더 근원적이며,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어렵게 말하면, 혼돈은 비선형 동역학계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설명을 위해 수학적인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이해를 못 하시더라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혼돈의 원리를 이해하느냐보다 특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지역에 토끼가 살고 있습니다. 토끼의 개체수는 매 년 두 배 씩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첫 해에 2마리였으면, 다음 해에는 4마리, 그다음 해는 8마리가 됩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이 번식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먹이와 살 수 있는 면적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먹이와 면적 등의 환경 변수로 개체 수를 조절합니다. 결국 개체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고, 이 추이를 그려보면, 뒤집어 놓은 종 모양이 됩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rx(1-x)의 그래프 형태가 됩니다. 이때, r은 성장률을 의미하고, x는 초기 개체수를 의미합니다. 이제 r과 x에 적절한 값을 넣어 한 변수를 통제하고 다른 변수를 키우거나 줄이면, 어느 순간에 값은 거의 비슷해집니다. 이 것을 균형값이라고 하며, 토끼의 탄생과 죽음이 균형을 이뤘다는 뜻입니다. r값이 1보다 작을 때 균형값은 0으로 수렴합니다. 이는 성장률이 1보다 작으므로, 토끼가 멸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r이 1보다 크고 3보다 작을 때는 균형값은 점점 증가합니다. 성장률이 1보다 크므로,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r이 3을 넘어가는 순간 균형값은 2개로 갈라지고, 더 커지면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혼돈인 로지스틱 수열입니다.
우리는 로지스틱 맵을 통해 혼돈의 두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초기의 미세한 값의 변화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지스틱 맵을 재귀적(수식을 여러 번 반복)으로 계산하면, 3.75를 넣은 값과 3.76을 넣은 값의 차이는 반복 횟수가 늘어날수록 커집니다. 즉, 0.01이라는 초기 상태의 미세한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둘째, 혼돈은 같은 수를 넣으면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를, '결정론적 불확실성'이라고 합니다. 혼돈과 난수(랜덤)는 다릅니다. 혼돈은 결정론적이지만, 난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0부터 10 사이의 랜덤 한 숫자를 연속적으로 뽑는다면, 이론상으로는 뽑을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그러나, 로지스틱 맵에 같은 수를 넣는다면 시행 횟수에 따라 같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난수와 달리, 혼돈은 통제된 예측 가능성을 가집니다.
혼돈의 추가적인 특징은 프랙털 구조입니다. 위에서 다룬 로지스틱 맵도 그렇고, 다른 형태의 혼돈계 함수들의 대부분에서 혼돈 상태에 진입하기 전, 프랙털 구조가 관찰됩니다. 프랙털은 같은 형태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으로, 자연 상태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하지만 모든 혼돈 함수가 프랙털 구조를 가지는 것은 아니며, 프랙털 구조가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혼돈 상태에 진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자연 상태에서 나타난다고 해서 '삶은 혼돈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을 얻게 해 준 한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습니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우연히 카오스 이론과 관련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과 날씨의 변화와 같은 자연 현상이 모두 혼돈계의 일부라고 말하더군요. 위에서 살펴본 로지스틱 맵에 대한 소개와 함께 유체 역학, 물리학 등에서의 다양한 예시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을 볼 때는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따뜻한 물을 틀자 주변에 수증기가 차서 뿌옇게 변했고, 샤워기 헤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지금 내가 튼 물의 온도로 인해서 공간에 습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샤워기 헤드에서 나온 물 입자가 공기 중의 수증기와 상호작용해서 미세하게 궤적이 바뀌겠구나!'라는 것을 말이죠. 이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심장이 뜁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질량의 법칙을 깨닫고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과 같았습니다. 잔뜩 신이 난 저는 대충 씻고 나와서 영상을 다시 봤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은 달리 보였습니다. 초기 상태의 미세한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혼돈을 깨달았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일을 예지 할 수 있거나, 초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생긴 느낌은 분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