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 기자
티웨이 2000억 자본 확충..."그룹 전체 리스크로 확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 중반 박삼구 당시 회장의 주도로 공격적인 인수 합병(M&A)에 나섰다. 2006년 대우건설에 이어 2008년에는 물류기업인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며 그룹의 위상은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라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봄날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즈음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과도한 인수대금과 차입 부담이 그룹 전체를 휘청이게 했다.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 아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인수 단 몇 년만에 되팔아야 했다.
현재 금호고속, 금호건설 등 일부 계열사만 남아 말 그대로 그룹 전체가 와해됐다.
재계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추락에 대해 ‘승자의 저주’라는 경영학 용어를 갖다 붙인다.
한국 기업사에선 이같은 일이 반복되곤 했다.
이번에는 재계 60위권의 대명소노그룹이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대명소노는 올 2월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항공업에 진출했다. 항공사 인수를 통해 재계에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실 대명소노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처음으로 입성한 지 1년만에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를 22단계나 끌어올려 64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의 인수를 통해 호남기업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재계에서 입지를 다진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재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 확충, 기재 현대화, 채식 기내식 도입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다.
오히려 이 같은 공격 경영이 재무 건전성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티웨이항공은 올 1분기에만 3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약 483억원 손실이 예상돼 상반기 누적 손실은 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장 심각한 지표는 부채비율이다. 올해 1분기 기준 4353%로 전년 대비 7배 이상 뛰었다. 일반 저비용항공사(LCC) 평균 부채비율(300~10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과정에서 무턱대고 넘겨받은 장거리 운수권 4개와 장거리 기재 5대를 운영하는 데 따른 고정비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명소노가 아무런 준비없이 항공 시장에 뛰어 들어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파라타항공이 이달초 1호기를 도입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9개로 늘어나, 일부 LCC가 운임을 낮추며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사고가 발생한 후 LCC 기피현상이 발생한 것도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처지에서 대명소노그룹는 티웨이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과정을 지원키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무상감자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제3자 배정 대상은 대명소노 계열사다. 소노인터내셔널이 900억원, 소노스퀘어가 200억원 규모를 소화한다.
아울러 티웨이항공은 900억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영구채도 대명소노그룹이 전량 떠안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티웨이항공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도 결정했다. 자본금은 기존 1361억원에서 272억원으로 감소한다.
대명소노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전체가 총출동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게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몰락 과정을 상기시킨다
전직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은 “박삼구 당시 회장은 공들여 인수한 대우건설 등을 보전하려다 그룹 전체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리한 외형확장이 재무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셈이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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