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 고양이

이혼을 결심한 순간

by 버치카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밀어 넣는 기분으로 면을 꿀떡 삼켰다. 컵라면은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낭만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시부모님을 대접하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성이 오갔다. 시부모님들이 오셨다. 나는 웃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쓰겠다. 그다음의 기억은 단절한다. 물론 세세하게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괜히 들췄다가는 이 글을 마음속에만 묻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다음에는, 모두의 마음 안에 파국이 일었다—라고만 적겠다.



나는 집을 나와 편의점 앞 나무 의자에 앉았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편의점 앞 종이상자에서 어미 고양이가 몸을 풀었다. 회색빛, 검은빛 새끼들이 태어나 서로를 밟고 뒹굴었다. 편의점 사장은 새끼들을 거둬줄 이를 찾고 있었다.

실은 집을 나올 생각은 아니었다. 기분 전환 삼아 헬스장이나 다녀올 생각이었다.
어딜 가느냐고, 갈 수 없다고 그는 나를 붙잡았다. 그는 내가 집을 나가려는 줄 알았나 보다.
밀고 당기는 와중에도 나는 운동을 가려고 가방을 쌌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완력을 몸으로 밀면서, 비로소 나왔다. 정말로 집을 나와버렸다.



새끼 고양이들이 야옹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다시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났다.
내가 바란 것은 그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따뜻한 살덩어리였다.
가장 나에게 치대는 새끼를 안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남편은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한 발짝 물러날 것이다. 다른 것은 모두 제쳐두고 한 생명을 키우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함.
이 결혼에 그것이 없다면, 나는 길에서 주워서라도 채울 생각이었다.



면은 이미 사라졌다. 컵째로 들고 국물을 꿀꺽꿀꺽 삼켰다.
몸을 MSG로 덥히고 나면, 인생의 여러 갈래 중 가장 알맞은 길을 고를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믿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라면 국물이 차가워질 때까지.
편의점 사장이 잠깐 밖에 나왔다가 새끼 고양이들의 생명력에 질리고, 또 세상이 끝난 얼굴로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다시 질릴 때까지.

차갑게 식은 뒤에야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거리에 남을 것인가.



새끼 고양이가 나를 불렀다.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우리 함께 결속하자고.
뜨거움으로 서로를 감싸고 세상을 잊자고.

그 징그러운 욕망에 휩싸여 결혼을 택했고, 소원한 대로 감정의 한복판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홀린 듯 일어나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어미묘가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와중에 새끼 한 마리가 상자 끄트머리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나도 모르게 그 조그만 털뭉치를 들어 올렸다.

뜨거웠다.
새끼는 이도 나지 않은 채로 무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 투명한 본능에 놀라, 떨어뜨리듯 다시 상자 안에 내려놓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집고양이가 될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편의점 사장은 손님마다 호소하지만, 모두 귀엽다며 못 살겠다는 표정을 짓지만, 인연은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어떤 녀석은 음식을 훔쳐먹다 상처를 입고 병을 얻어 일찍 죽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녀석은 나무 타는 법을 배우고, 가끔은 진짜 사냥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고양이로서의 삶을 살 것이다. 충만하지도, 불쌍하지도 않은 삶 그 자체를.

삶의 본질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닐까.
나는 그동안 삶을 충분히 고민했을까.

문명의 삶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본능이 눈을 떴다.



그 순간, 결심했다. 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것이다. 스스로 생존할 것이다. 삶을 피하지 않고 살아낼 것이다.

운동복만 든 가벼운 가방을 멨다.
목적지는 없다. 다만 어둡기 전에 안전하게 잘 곳을 찾을 것이다.
적어도 고양이보다는 사정이 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