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눈치도 없으셔라...

축제와 과욕의 기억

by 한량을 꿈꾸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는 축제가 참 많아졌다.

아니, 사실 예전부터 늘 있어 왔던 축제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축제부터 소정의 입장료를 받는 축제까지, 사계절 내내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볼거리가 펼쳐지고 있다.


나는 특별히 무슨 축제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축제 소식은 늘 들려온다.

올해 강원도 삼척의 벚꽃 축제는 젊은 주민들의 부재로 인해 나이 든 주민들이 밀려드는 상춘객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취소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전국 인구의 19%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사실은 저출산이라는 당면 과제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마치 머지않아 나라 전체가 노인들로 채워질 것만 같은 위기감이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다시 축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 일산에서 열렸던 ‘빛축제’가 기억난다. 각종 조형물에 미니 전구를 화려하게 장식해 밤을 환하게 밝히던 축제였다. 지인에게 초대권을 받아 우리 아이들과 친척 아이들, 엄마들까지 여섯 명이 함께 관람하러 갔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제출하고 들어가 화려한 빛의 세계 속에서 사진을 잔뜩 찍은 뒤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출하지 않은 입장권 두 장이 손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초대권이긴 했지만 정가로는 장당 만 원짜리였다.


그냥 버리고 돌아왔어야 했다.

어차피 우리는 초대권을 받은 것이니 비용이 든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두 장을 포기하지 못했을까. 순간 욕심이 생겨 두 장을 만 원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장권을 살 만한 사람을 찾던 중, 데이트 나온 듯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가가 말을 건넸다.


“여기 들어가실 거예요?”
“네.”
“입장권이 원래 만 원인데, 제가 두 장에 만 원에 드릴게요.”

내심 ‘이건 반값인데, 빨리 사야지’라는 생각에 재촉까지 했다. 그러나 커플은 망설였고, 그 뒤로 키 큰 남자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커플을 다른 쪽으로 끌었는데, 그 남자도 따라왔다. 결국 커플이 입장권을 사겠다고 하자, 내 주머니에서 나온 티켓을 본 그 남자가 말했다.

“지금 암표 파시는 건가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암표 단속반이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입장권을 찢어버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공짜로 얻은 것을 돈으로 바꾸려다 큰 망신을 당한 것이다. 괜히 눈치 없는 커플을 원망하며 축제를 떠났지만, 결국 과욕이 부른 자업자득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축제’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거의 가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은 내게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욕심은 종종 즐거움을 망치고, 때로는 망신까지 불러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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