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그 집일 줄이야.

인연은 참 묘하다.

by 한량을 꿈꾸며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내가 어릴 적 즐기던 놀이와 닮은 것도 있고, 전혀 새로운 것도 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우리는 몸으로 부딪히며 뛰어노는 놀이가 많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그 안에는 진짜 오징어 게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술래잡기식 놀이가 나오는데, 그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재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늘 이런 기발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세상에 내놓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도 언젠가 그런 창의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 내 싹수는 그리 푸릇푸릇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린 시절 놀이 중에는 ‘남의 집 벨 누르고 도망가기’라는 민폐 장난도 있었다. 띵동 소리에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황당한 경험, 아마 웬만한 집에서는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유치한 장난을 고등학교 3학년, 열아홉 살 때까지 했다.

하굣길에 그 집 앞만 지나면 이상하게 벨을 누르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1년 가까이 반복했다.


고3이 돼서도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장난을 한다니, 친구들은 “그러다 잡히면 경찰서 간다”라며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충고하곤 했다.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 집 앞에만 서면 묘하게 손가락이 움직였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자연스레 그 장난도 끝났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행동이 훗날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웬만하면 무난하게 살아가는 게 좋다는 교훈을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닫게 되었다.


그 장난을 까맣게 잊고 살던 어느 날, 결혼 후 신혼여행을 마치고 친척 인사를 다니던 중이었다.

남편의 이모님 댁에 가는 길, 점점 익숙한 동네가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바로 그 집이었다. 내가 고3 시절 1년 동안 벨을 누르고 도망갔던 그 집.


남편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자 그는 큰소리로 “그래? 여기가 네가 벨 누르고 도망간 집이야?”라며 폭로해버렸다. 이 웬수야, 제발 조용히 좀! 그런데 이모님께서도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머, 나도 기억난다 얘. 오후만 되면 우리 집 벨이 울리는데 아무도 없었어. 그게 너였니?”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결국 고백했다.

“네… 저예요, 이모님. 죄송합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인연은 참 묘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세상에, 그 집이 바로 시이모님 댁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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