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해해 줄지 알았어요.

by 한량을 꿈꾸며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는 나는,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일 년에 한 번은 꼭 제주를 찾는다.

이번에도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창밖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았다.

늘 그렇듯 바다는 나를 고요하게 감싸주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복잡해진 사회적 관계들이 떠올랐다. 친구, 선생님, 학원에서의 교사와 또래들… 아이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그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그 무렵 아이는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다가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

나는 모르는 척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집으로 들이는 순간부터 일어날 일들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하지만, 부모들은 안다.

그것이 거의 100%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라는 것을. 결국 귀여워하기만 하고, 돌봄의 무게는 부모에게 돌아온다. 나는 딸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든 케어가 결국 내 몫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단호히 반대했지만, 내가 잠시 여행을 간 사이 아이는 일을 저질러 버렸다.


아는 언니의 집에서 태어난, 이제 막 세 달 된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가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는 그 고양이에게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 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던 순간이 떠올랐다. 낯설고도 특별했던 그 감정.

익숙해진 아이들의 이름과 달리, 새로운 생명에게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는 일은 오랜만이었다.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 다시금 내 안에 차올랐다.


아이의 치밀한 작전 끝에 우리 집에 입성한 첫 고양이 행복이는, 아기라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쳐났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미모를 갖추더니, 그 미모에 걸맞은 까칠함으로 우리 모두를 집사로 만들었다. 서열을 세우고, 내키는 대로 반응하는 모습은 참으로 재밌고도 당당했다.


곁을 쉽게 내어줄 것 같지 않았던 나도 어느새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쪼르르 달려 나와 아는 척을 하는 녀석. 그 작은 몸짓 하나에 피곤이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들던 순간처럼, 행복이는 내 일상 속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생명과의 만남이 내 삶에 스며들어, 결국 나를 웃게 하고 위로하게 된 것이다.

바다와 고양이, 두 존재가 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그 집이 그 집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