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시간

by 캐리소

아이야,

매일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새벽,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생소한 새벽,

평범한 사람들이 잠의 이불을 개지 않은 새벽,


이 사람들은 일상의 피곤과 분주함을 곱게 걷어내고 새벽의 휘장을 열어 책 앞에 앉는단다.

책 속 정신 안으로 몸을 던져 물결과 물결 사이를 헤엄지지.

한 시간 동안 책 속 정신을 버무려 어떤 요리가 만들어질지, 오늘 새벽식탁에는 어떤 정신이 올라올지 엄만 기대하고 있었어.


오늘의 식탁에 오른 감동 메뉴는 이것이야!


지음 작가님이 먼저 길을 내는 사람으로 선포하신 선도자 대해 말했지.

지금껏 남들이 깔아놓은 길로 살다가 자신이 직접 자신의 길을 놓기 시작했다는 작가님의 고백은 엄마의 눈을 붉게 만들었어.

처음 새벽독서를 시작하고 책의 내용이 어렵고 모호해서 힘들었지만 이제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책 속 선도자가 자신임을 깨달았다고 하네.


스스로 얼마나 신기했을까?

엄만 정말 손이 두 개뿐인 게 서운할 지경이야. 두 손과 두 발까지 합세해 네 개로 손뼉 쳐 드리고 싶었단다.


또 한 분 아라 작가님,

아라 작가님은 고유성에 대한 글을 써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 줬지.

홀로 마늘과 쑥의 시간인 백일의 새벽독서를 끝내고 이제 우리와 함께 이 식탁에 앉게 된 작가님이란다.

그분은 여백의 시간을 실험하고 체험해서 어떤 여행보다도 가치 있는 자신을 탐험하라고 일러주시는구나.

그러면 자신만의 아마존을 찾아내는 고유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팁을 주셨어.

너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었고 전하고 싶은 정신이란다.


또 어제 새벽엔 치유농업에서 자신을 찾고 자유와 생명의 연결을 궁리하는 지선 작가님이

소로의 '월든'을 읽어주며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정신을 배웠다고 말해 주셨지.

이 작가님이 읽어주신 문장은 릴케의 시였지만(앗, 이제 보니 릴케의 시는 너나들이 작가님이 읽어주셨네.실수!!) 엄마는 작가님의 빛나는 시선에서 스스로 질문하며 해답을 얻는 작은 철학자를 만난 기분이었어.





아이야,

엄마가 어릴 때 읽었던 어린 왕자 이야기가 생각나.

스무 개의 행성들로 여행을 떠난 어린 왕자가 장미를 만나고, 여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비행사와 주고받는 말들이 신비롭다고 느꼈어.


근데 엄마는 이 새벽 시간에 어린 왕자의 여행을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야.

어린 왕자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라고 했지만 엄마는 이 시간이 책을 통해서 나의 마음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여행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


가장 내밀한 시간을 나누고,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시간.

중요한 것은 내면의 본질이라는 것을 왕자가 아니라 서로의 입으로 말하며 느끼는 시간이 별처럼 빛나는 신비로움이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말하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엄마도 이 시간이 그렇단다.

쉽지 않은 삶에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새벽이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시간이 아니겠니?

생의 의미를 찾고 싶은 어린 왕자처럼 이곳의 사람들도 한 사람의 어린 왕자라고 생각해.


책과 자신의 삶을 연결한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나지 못한 쾌감과 희열을 보여준단다.


그들은 진짜 먼저 길을 내는 사람들이야.

자신을 일으켜 다른 사람에게도 진동을 전달하는 사람들,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 싶은 열정과

정신의 성장, 그 갈망을 품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 곁에는 새로운 창조가 끊임없이 일어나겠지?


그래서 이 시간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삶의 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고, 독서로 치유되는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꺼내놓는 자리이기도 해.


그래서 한 사람이 울면 모두 다 울기도 하고(남자 작가님들 빼고) 공감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오소소 닭살이 돋는 일도 많아.

그래서 새벽 시간을 닭장이라고도 하지.


아이야,

어린 왕자가 이 새벽에 우리들의 식탁에 초대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

어린 왕자라면,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헤헤 웃으며 닭살을 긁을지도 몰라.